"내수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만큼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내년에는 기본계획 대비 최소 10% 이상의 수출 신장을 이루자"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은 최근 12월 사보에 실린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내년에는 수출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의 달러화 약세와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 위기를 수출 증대로 극복해나가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란 명성답게 전체 매출의 75∼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 24조원 가운데 18조∼19조원을 수출로 벌어들인 셈이다. 실제 LG전자는 올 3분기까지 14조2천3백90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나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내년 수출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 현상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데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내년 경기가 올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 적용환율을 올해보다 1백원 이상 낮은 달러당 1천원 수준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국제금융센터 LG경제연구원 은행 증권사 등 사내외 전문가 9명으로 '금융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환율 변동과 그에 따른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처럼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내년 수출 물량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유로화 결제 비율을 확대하고 △외화 예금을 줄이며 △외화의 수입 및 지출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환리스크 증폭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중요해지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뜨는 시장'인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해외 마케팅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브라질의 경우 현지 밀착형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을 한층 강화해 내년 매출을 올해보다 대폭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올해 브라질에서 △TV(24.5%) △모니터(32%) △DVD 플레이어(25%) △VTR(37%)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러시아에서는 고감각 카메라폰을 앞세워 GSM 휴대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10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록한 인도에서는 모니터와 GSM 휴대폰 판매 강화에 나서 내년에는 매출을 13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LG전자의 '텃밭'인 중국에서는 PDP TV, LCD TV 등 프리미엄 TV와 가전제품 판매 신장에 주력해 매출을 올해(1백억달러 예상)보다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도 내수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출 확대에 전력투구할 방침"이라며 "LG전자는 대부분 품목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국내외 현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