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늦게 출동하고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 시민을 숨지게 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한 것으로 위법성이있다"는 판결이 일본 법원에서 나왔다. 일본 고베(神戶)지방법원은 대학원생이 폭력단에 피랍돼 집단폭행으로 사망한사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태만'으로 시민이 숨진 인과사실이 인정된다며 해당 경찰관할기관인 효고(兵庫)현은 폭력단 두목 등과 함께 원고에게 9천700만엔을 배상하라고 22일 명령했다. 이 재판은 2002년 3월 고베시내 주차장에서 피해자인 대학원생(당시 27세)이 폭력단 두목과 시비끝에 납치돼 폭력단 조직원들의 집단폭행으로 숨지자 피해자의 모친이 폭력단 두목과 조직원, 효고현 등을 상대로 1억3천700만엔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데서 비롯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은 범죄신고의 내용 등에서 사건의 위험성을 인식할수 있었는데도 ▲현장에서 60m 떨어진 파출소에서 쉬고있던 경찰관을 출동시키지않고 6㎞나 떨어진 파출소의 경찰관을 출동시켰고 ▲순찰차가 출동 도중 사이렌을울리지 않아 9분이면 도착할 곳을 17분이나 걸려 도착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 같이 있었던 피해자의 친구에게서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현장에 아무도 없다는 이유로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이 적절히 대응했더라면 피해자를 찾아내 보호할 수 있었으며 신고내용과 현장상황으로 보아 피해자가 폭력단에게 끌려가 폭행당해 사망할지모른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 수사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진 인과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