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한국에서 비행기 탑승만 20시간이 넘게걸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곳 중 하나지만 기업에게 거리는 별 의미가 없다. 이 지역은 대표적 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 맨 앞글자가 상징하는 브라질 외에 아르헨티나, 칠레 등 잠재성이 큰 나라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어 결코 소홀히 할수 없는 시장이다. 전자와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많은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활발한 사업을펼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과 남미의 체감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LG전자[066570]는 브라질의 아마조니아, 상파울로, 멕시코 멕시칼리, 레이노사,몬테레이 등에 5개 현지공장을 두고 있고 판매법인도 5개 운영중이다. LG는 지난 11월 브라질의 휴대전화 공장을 증설하면서 중남미시장 본격 공략을선언했다. 내년 4월 브라질 따우바테 공장이 완공되면 2007년에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난 650만대의 CDMA 및 GSM 단말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칠레는 LG전자의 새 전략기지다. LG전자 칠레법인은 휴대전화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나는 등 올 매출이작년보다 21% 가량 늘어난 8천만달러가 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LG전자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고객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듣고 제품 및 가격, 마케팅에 반영하는 `PMS'(Product Market Strategy.제품시장전략) 제도를 도입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중남미에서 판매법인 4곳과 2군데 지점을 중심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림픽마케팅, 관문 마케팅,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후원을통한 `정상(頂上) 마케팅'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이 지역 최고 브랜드로 올라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은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니, 노키아, 델, 코카콜라, 폴크스바겐, 아메리카 에어라인, 텔레포니카 등 세계적 브랜드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톱10 브랜드'에 올랐고, 대표적 시장인 브라질에서도 모니터, 휴대전화, 컬러TV,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지난 10월 마나우스 공장이 연간 30만대 규모로 TV 생산을재개한 데 이어 캄피나스 휴대전화 공장의 생산능력(올해 300만대)도 내년부터 점차늘려가기로 했다. 칠레에서는 휴대전화 판매가 작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하며 3대 업체로 자리잡았고, 가전은 컬러TV, DVD플레이어, 양문형냉장고, 모니터, 오디오, 전자레인지, 캠코더, VCR 등 8개 분야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 산티아고에서 21개국 700여명의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APEC정상회의에 테크놀로지 부문 공식 파트너로 참가해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드높였다. 자동차와 에너지 분야의 진출도 두드러진다. 현대차[005380]는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중남미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9% 늘어나는 등 수출이 탄력을 받았고, 기아차[000270]도 10월까지 중남미에 3만987대를 수출해 이미 작년 전체 수출량(2만7천423대)을 넘어섰다. 기아차는 중남미의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현지 대리점을 작년 262개에서올해 287개로 늘린 데 이어 올 연말에는 최근 출시된 신차 스포티지도 투입키로 하는 등 시장공략을 강화했다. SK㈜는 미국 헌트사 등과 함께 참여한 초대형 가스전인 페루 카미시아 광구에서올 8월 상업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56광구의 지분취득 및 개발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9월 브라질 BM-C-8광구에서도 원유를 발견했고 11월에는 BM-C-30/32 광구에 대한 사업권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브라질에 제철소 건립을 추진중인 포스코는 지난 9월 CVRD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대상지역 물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의류업체 신원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 확대를 위해 96년 1천만달러를 들여 과테말라에종업원 2천명 규모의 공장을 세워 현재 니트, 셔츠류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은 정국이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일부국가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고 다른 나라도 잠재력이 큰 곳이 많아 다각적인 수출확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