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숙 작가정신 대표ㆍ시인 jakka@unitel.co.kr > 성 베드로 대성당은 로마의 바티칸 시국에 있다. 그리스도교 최대의 성당인 이곳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다. 죽은 예수를 무릎에 눕힌 성모 마리아상이다. 나는 로마에 갔을 때 성당에서 피에타를 보고는 놀랐다. 성모상이 어찌나 통한스러워 보이는지 한동안 인간을 슬퍼했을 지경이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소리를 내지 않고 가슴으로 오열하는 이 정경은 여러 의미가 있다. 종교와 사랑의 대혁명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거대한 아들. 사람의 자식으로 여길 수 없는 이 아들이 그가 그렇게 사랑한 사람들에 의해서 죽은 뒤에야 온전히 자신이 낳은 자식으로 무릎에 눕힐 수 있었으니 그 아픔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예수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어머니는 마음껏 울 수도,울지도 않았다. 예수는 예수대로 죽어서야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어머니의 품에 있었다. 비탄이 신음처럼 피에타 주변에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없는 신음이 그렇게 신성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혁혁한 재능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그토록 인간적인 모자로 형상화하면서 동시에 희생과 헌신의 상징으로 신성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탄절은 저 슬픈 마리아의,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우리가 기뻐하는 날이다. 나는 기독교 학교를 다녔다. 금요일마다 대예배가 있었는데 교회에 들어설 때마다 천상의 소리 같은 풍금소리가 울려나와서 행복했다. 귀에 가득찬 풍금 연주는 눈과 마음을 고결하게 해주었고 예수가 마굿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가슴 가득 품게 해주었다. 그는 슬프고 외롭고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며 검소하고 질박하며 바른 삶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인류의 대스승이라고 나는 배웠다. 그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과 미래를 주기 위해 왔으며,신자든 아니든 그의 사랑은 모두에게 열려 있음을 배웠고,천당과 지옥이 하늘과 땅 속에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있다고 배웠다. 그러니 카드 한 장으로도 성탄의 기쁨은 나눌 수 있다. 눈을 마주치고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예수는 우리 안에 재림한다. 우리가 성탄절을 기뻐하는 그 마음이 우리 자신에게 주는 선물임을 잊지 말자. 오늘 나는 성탄일 하루만이라도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나 자신으로 돌아가서 말구유에서 태어나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그의 생애를 차근차근 되새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