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확정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엔 내년부터 제2의 벤처 붐을 조성,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그간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증권업계 등이 요구한 각종 규제완화책 및 지원방안을 대부분 수용,정부 정책으로 채택함으로써 '종합선물세트'를 마련했다. 특히 4년간 12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벤처에 쏟아붓고 벤처업계에 패자부활전을 도입한 것은 '벤처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코스닥시장의 건전성 관련 규제를 대폭 해제함으로써 벤처업계가 지난 1999년에 이어 또다시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벤처 거품'이 재연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벤처에 '올인'하는 이유는 정부는 내년 경제 회생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벤처 뿐이라고 보고 있다. 소비심리가 4년만에 최악으로 떨어지고 수출마저 최근들어 둔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가뜩이나 수출에 집중해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대기업 등에 목을 매서는 내년 경제운용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던 벤처 붐이 다시 한번 불어준다면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려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을 벤처 부활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장맛비에 젖은 나무를 태우려면 불쏘시개론 안되며 석유를 뿌려야 한다"고 '특단의 대책'을 예고했었다. ◆벤처붐 어떻게 되살리나 벤처에 돈을 몰아주고 쓰러진 벤처도 다시 일으킨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특혜에 가까운 지원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년동안 11조9천억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10조원의 기술신용보증기금 보증,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투자 모태조합,산업은행 2천억원 펀드 조성,기업은행 2천억원 PEF(사모투자펀드) 결성,5천억원 규모의 구주(舊株)거래전문펀드 설정 등이다. 이와 더불어 비리가 없는데도 실패한 벤처기업이 있다면 벤처기업협회의 도덕성 평가 등을 거쳐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가동한다. 부활한 벤처에는 신용보증기금 등의 지원이 뒤따른다. 또 벤처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 등을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함으로써 벤처기업을 돕기로 했다. ◆부작용은 없을까 벤처기업인들과 증권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벤처 대책이 잘못 운용될 경우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막대한 자금지원이 모럴 해저드(도덕적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벤처캐피털회사 사장은 "기보가 4년동안 10조원을 보증하는 것은 벤처지원의 바른 길이 아니다"며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성장성이 없는 벤처기업에마저 돈이 마구잡이식으로 풀려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코스닥시장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수익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수 있게 해주며,등록이후 최대주주의 매각제한(lock-up)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킴으로써 '돈놀이'만을 목적으로 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당수 진입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코스닥시장의 가격제한폭을 상하 12%에서 15%로 확대함으로써 단타 투기족이 활개칠 수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벤처 활성화를 통한 경제살리기도 좋지만 코스닥시장의 건전성과 신뢰성이 또다시 무너져 제2의 거품붕괴로 인한 후유증이 더 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