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24일 국가보안법 처리를 놓고 심각한 혼선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 처리에 대한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을 계기로 국보법 당론 변경을 적극 추진하다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이를 일단 유보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권이 대타협을 위한 기류변화를 보임에 따라 국보법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이 "너무 무리하거나 조급하게 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자"고 언급한 것에 대해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국보법 문제를 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국보법 문제를 놓고 국론분열 양상을 보이는 데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한 물리적으로 통과가 어려운 만큼 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국민여론을 살피면서 합의안을 만드는 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국민통합을 내년 국정기조로 삼겠다는 여권의 기류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당 지도부는 국보법 처리시기를 내년 2월로 늦추거나 한나라당과의 대타협을 위해 당론을 국보법 폐지에서 대체 입법쪽으로 방향을 트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당 지도부가 적절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대체입법 논의를 한나라당에 제의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한 핵심 당직자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보법 당론을 원안대로 밀고 가되,시기를 조정하는 방안과 원안이 아닌 다른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게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이런 기류는 당 내 반발로 몇시간만에 바뀌었다. 강경파 의원들과 당의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의 위원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당론에 변함이 없다"(김현미 대변인)며 후퇴한 것이다. 유시민 정청래 의원 등 일부 중앙위원들은 이날 지도부를 성토하는 성명서를 내는 한편 오는 27일 국회에서 '10만 기간당원 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