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어제 임시이사회를 열고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 지분의 인수대상자를 협의하는 등 매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영국계 HSBC가 가장 유력시된다. 세계 1위의 씨티은행이 지난달 한미은행을 합병해 국내 영업을 본격 시작한데 이어 조만간 세계 2위의 HSBC까지 가세하면 국내 금융시장 쟁탈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선진금융기법을 갖춘 거대 은행의 등장은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올려줄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로선 당장 이들과 맞선 생존을 건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걱정되는 일도 한둘이 아니다. 은행장들의 입에서 연일 '내년은 전쟁의 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은행들의 위기감이 어느정도인지를 잘 알게 해준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앞으로 2∼3년 안에 살아남을 국내은행이 한두 개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보면 경쟁력이 약한 은행들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크다. 국내 금융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이 향상되는 등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아직 선진금융과의 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 2단계 실시가 사실상 연기쪽으로 검토되고,증권산업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되는 등 국내 금융권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은행들엔 부담이 아닐수 없다. 은행들이 상품개발과 자금운용 효율의 극대화는 물론 고급인력 확충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