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 현대경제연구원장 > 세상사에서 자기 마음대로 안되고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식 농사다. 바로 키우기도 어렵고 잘 키우기는 더 힘들다. 부모면 누구나 자식이 튼튼하게 자라 잘 교육받고 번듯한 직장가지고 잘 살기를 바란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기대에 못 미친다고 무를 수도 버릴 수도 없다. 한 나라 경제와 기업의 관계는 부모 자식 관계와 비슷하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고 올바른 기업관을 가진 기업이면서 동시에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되고 창의력있는 기업을 키워내는 일은 자식을 키우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자식이 부모의 얼굴인 것처럼 기업은 한 나라의 얼굴이다. 자식이 한 가정의 미래이며 희망인 것처럼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며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경제 동력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전년 대비 30%대의 증가율을 보이는 수출과 수출기업의 호황이 성장을 주도하는 이면에 6분기 연속 감소하는 민간소비는 내수기업을 압박하고 한계상황에 있는 중소 및 영세기업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한쪽 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선두에서 경제를 이끌던 주력기업들의 추진력이 약해졌다. 기업은 투자로 자라나며 시장의 격려와 사랑으로 힘을 얻는다. 그런데 기업을 움직이는 투자는 제자리 걸음이요 기업에 대한 반기업정서는 높아만 가고 있다. 총고정자본형성 크기를 보면 2003년에 약 1백98조원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한 정도이며 설비투자만 보면 약 71조원으로 아직 1996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올해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을 보면 3%미만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률에 대한 투자의 기여도가 20%를 겨우 넘는 상황이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소비 및 투자 부진이 경기를 침체시키고 이것이 다시 투자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구조로 빠져들고 있다.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신용불량자 문제로 소비 여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소비를 통해 경기회복의 단초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내수침체 상황에서 악순환구조의 차단은 기업투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소득을 높임으로써 소비를 진작시켜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두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외국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우호적이고 경쟁력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투자환경의 바로미터다. 외국투자가가 찾아오는 환경이라면 우리 기업들도 외국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미국 앨라배마주가 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는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무엇이든 투자에 문제가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자세를 고객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애로사항을 들고 정부를 찾을 필요가 없도록 투자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환경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의미가 없다.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보다 경쟁력 있는 투자환경인가가 중요하다. 또 기업의 기를 살리고 사랑하는 일이다. 적어도 국내에서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 가진 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나 불·탈법 기업인에 대한 감정으로 기업을 적대시하면 안된다. 잘못된 교육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다. 기업은 질투나 반감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며 국민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바르고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얼마 전 이라크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대통령이 뜨거운 포옹으로 우방의 불안감을 일시에 날려버린 것 같이 기업들을 따뜻하게 포옹하며 사랑으로 격려하는 것이 기업의 불안을 없애고 투자의 불씨를 살리는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