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재계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기업예찬론을 펴고 새해 민생경제 '올인'을 예고하면서 경제단체장들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잇따라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접고 찬사와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순방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기업관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여름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직후 삼계탕집에서 이뤄진 재계 총수와의 회동 이후 오랜만에 조성된 화해 분위기가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지난 22일 밤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최근 유럽 순방에서) 가장 많은 교육을 받았다"며 "우리가 잘하면 우리를 추월할 나라가 없는 만큼 그것을 대통령이 해주길 바란다"고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전경련 나눔행사에 참석,"존경심이 생겼고 정도 좀 들었다"고 친밀감을 표시한 데 대한 화답이라도 하듯 "노 대통령이 너무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에서 말을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이를 대통령의 '오너 정신'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이 되니까 회의가 끝난 뒤에도 조목조목 짚어가며 더 얘기를 하는 것으로 기업으로 치자면 사장의 오너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의 쓴소리'로 통해온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도 지난 21일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들어 노 대통령이 권위를 없앤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으며 이는 피부로 못 느끼면서 좋아진 부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시 옛 소련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모든 기업이 러시아를 떠났을 때 삼성과 LG가 남아 성공했다는 얘기에 감동했다"며 "해외순방 뒤 노 대통령이 기업을 많이 이해하는 쪽으로 확실히 바뀐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김용구 기협중앙회장은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녔는데 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결심도 단단히 한 것 같았다"면서 "내년에는 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 경제에 올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