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마케팅팀을 맡고 있는 조 부장(40)은 부서 송년회에서 부하 직원이 농담으로 던진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부장님,'워스트 드레서'로 뽑혔어요.옷 좀 잘 입으세요." 백화점 상품권을 내미는 부하 직원에게 조 부장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평소 신세대 직원들의 사고에 관심이 없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짙은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의 전통 의상은 보이지 않았다. 몸에 딱 달라붙는 정장,형형색색의 줄무늬 셔츠,퍼머 머리에 귀고리까지 걸친 남자 직원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젊은 남녀의 성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남자도 예뻐야 한다''여자도 강해야 한다'는 새로운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제일기획은 26일 17∼39세 남녀 3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 조사를 실시,이같은 내용의 '2004 우리시대 남녀의 조용한 혁명'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신세대는 기존 성의 강점에 이성이 지닌 장점을 받아들여 양성(兩性)을 추구하고 있다"며 남성의 66.7%,여성의 57.3%를 양성형으로 분류했다. 양성형 남녀를 각각 '미스터 뷰티(Mr. Beauty),미즈 스트롱(Ms. Strong)'시대로 규정했다. 남녀 성역할에 대한 변화는 외모.패션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 남성의 69.3%가 '남성도 목걸이 귀고리 등 액세서리를 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필요하다면 색조화장 등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62.7%에 달했다. 반면 여성의 64.7%는 '가냘픈 몸매보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취미,연애,결혼,가정,직장생활에 관한 태도에서도 고정관념이 파괴되고 있었다. 요리를 즐기는 남성이 36.7%, 레저용차 운전을 선망하는 여성도 63.3%나 달했다. 연상여 연하남에 매력을 느끼고,결혼비용을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70%를 넘었다. 또 남성 62%가 여성이 경제력이 있다면 '전업남편'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미스터 뷰티'족(族)과 '미즈 스트롱'족이 기업들의 마케팅 타깃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뻐'지려는 남성을 겨냥한 상품은 패션의류에서 기능성 화장품까지 봇물을 이룬다. '남성은 피부다'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등이 자극적 광고 카피로 남성 고객의 여성성을 자극하고 있다. 신용카드 자동차 이동통신업체들도 '미즈 스트롱'족을 위한 전용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일기획 박재항 팀장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시대의 흐름으로 조사됐다"며 기업들도 이에 맞춰 마케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