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주식매수로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에서도 매도에 치중하는 외국인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외국인이 매매하는 종목들마다 주가 상승율이 상위권에 올라 개인투자자들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들은 4분기들어 이달 23일까지 3조9천7백8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기관의 분기별 순매수 규모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중 2조9천4백6억원을 순매도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99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다. 이같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이 기간에 5.0% 상승한 것은 기관들의 매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매수를 주도하면서 시장을 이끈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이번 4분기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거꾸로 가는 기관·외국인의 종목 선택 특히 4분기에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 타깃이 완전히 정반대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관은 종전에 중형 우량주를 주로 매매했으나 4분기에는 업종 대표주 위주로 대거 순매수했고,블루칩만 사들이던 외국인은 거꾸로 중형주를 집중 매수하는 추세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4분기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SK㈜ 삼성전자 한국전력 국민은행 포스코 SK텔레콤 KT 신한지주 등의 순으로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과 순서가 거의 일치한다. 기관이 대표주 위주로 매매하면서 지수에 대한 영향력에서도 외국인을 앞서고 있다. 10월 이후 기관이 순매수한 날은 모두 37일로 이 가운데 주가가 오른 날은 30일이었다. 기관이 순매수해 주가가 오르는 확률이 81.1%에 달했던 셈이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은 21일로 이 가운데 61.9%인 13일에만 주가가 올랐다. ◆기관 수익률 앞서 4분기 중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2.17%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 11.85%를 앞선 것은 물론,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도 7.17%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정태환 증권거래소 시황분석팀장은 "3개월 안팎의 짧지 않은 투자기간 동안 기관이 사들인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외국인 순매수 종목을 누른 것은 아주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기관은 삼성전자 LG전자 농심 우리금융지주 등 4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이에 비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종목은 하나은행 엔씨소프트 GS홀딩스 현대차 쌍용차 신세계 등 6개 종목에 달했다. 강신우 PCA투신운용 전무는 "기관 주도 장세가 연말연초 증시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개인들의 매매에서도 '기관 따라잡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