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의 광장이나 소문난 관광지엔 으레 유명한 기념물이나 동상이 있다. 프랑스 파리 콩코드광장의 오벨리스크,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제독 동상,스페인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의 펠리페 2세상,오스트리아 빈 시청 앞의 슈베르트상 등.이들 기념상을 통해 내국인과 관광객 모두 그곳의 역사와 사연을 돌아본다. 동상은 불후의 권위와 명성의 상징이다. 대부분 다른 사람이나 후손이 세우지만 독재자들은 직접 만든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12년 동안 32m짜리 전신상을 만들었고,나폴레옹과 스탈린 또한 생전에 수많은 자기 동상을 건립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직후 후세인 동상이 밧줄에 끌려 내려지는 데서 보듯 독재자의 동상은 언제나 처참하게 훼손된다. 그러나 당대 혹은 후대 사람들이 업적을 기려 정성껏 세운 동상은 오랫동안 남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정신과 치열한 삶,용기 혹은 창의력을 일깨워줌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다. 유명한 이들의 동상이 단순한 기념사진 배경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동상의 주인공이 정치가나 군인 등 구국의 영웅에서 예술가나 경제인 스포츠맨 대중문화인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배용준과 최지우씨의 동상이 '겨울연가' 촬영지 중 한 곳인 강원도 남이섬에 실물 크기로 세워졌다는 소식이다. 홍익대 이긍범 교수팀이 제작했는데 최지우 쪽은 실물과 다르다는 얘기도 들린다. 인물조각이 실제와 제대로 닮기는 어렵다. 얼굴은 생김새 자체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느낌 가치관 등이 합쳐져 이뤄지는 건데 조각에서 그것을 살리기란 실로 힘들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생각이 반영되는 것도 실물과 다른 형태가 등장하는 이유다. 제자들이 만드는 스승의 동상은 부드러움이나 유머가 배제된 엄숙한 표정이 되는 게 그것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의 엘비스 프레슬리 체인식당엔 4m 높이의 엘비스 동상이 오가는 이들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남이섬의 동상이 보다 많은 이에게 '겨울연가'를 기억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한류바람의 지속과 확산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