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동양적인 경쟁력‥조헌제 < 대한송유관공사 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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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헌제 대한송유관공사 CEO chohj@dopco.co.kr >
사업이란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되게 만드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뉴욕주의 단풍을 내려다보며 버펄로공항에 내렸다. 저기 '성 회장'이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다. 1972년,그는 단돈 1백달러를 손에 쥐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지금 방사선 전문병원으로는 미국에서 2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Windsong'을 경영하고 있다.
반가운 악수를 끝내기 무섭게 성공담부터 청했다. 나의 조급함에 그는 껄껄 웃으며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게 비결"이란다. 검사 결과를 당일 환자가 알 수 있게 하고 진료대기 시간을 줄이고 처방도 신속하게 해준단다. 그 '쉬운 일'을 다른 병원들에서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뛰어난 방사선 전문의들과 최신 장비도 갖추고 있지만,더 중요한 건 '마인드'란 것이다. 환자를 따뜻하고 정성껏 보살피는 동양의 '가족문화'가 성공의 발판이 된 셈이다.
부인은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펠로십을 끝내고 '체러티 병원'에서 일하다가 '세인트조셉'병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섬세하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부인의 천성과 동양적 정서가 '합리주의적 건조함'에 익숙한 미국 환자들에게는 신선했던 모양이다. 1년 후 그 병원의 환자는 무려 3배로 늘었다.
성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영업관련 일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회계사(CPA) 자격을 취득,버펄로의 'KTMG'란 회계사무소에 근무하면서 현지의 기업체와 병원 등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어느날,부인은 심각한 얼굴로 성 회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모든 환자들이 X레이 촬영 결과를 당일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상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유지돼온 시스템이라며 매번 거절하더란 것이다. 성 회장은 즉석에서 부인에게 개업을 권했다. 그리고 그들의 전재산인 아파트를 팔아 할렘가에서 폐업한 피자가게를 사들여 작은 병원을 개업했다.
평소 부인에 대한 신뢰가 높던 환자들은 소문을 듣고 이 병원으로 몰렸다. 성 회장도 회계사무소를 그만두고 병원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Windsong'메디슨그룹을 일궈냈다.
성 회장 부부는 지난 2000년,버펄로대학에 1백만달러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대학과 지역정부에서는 그들을 '모범 이민자'로 칭송했다.
그들의 '동양적인 사고'는 서양사회에서 '차별화된 창의력'으로 거듭났다. 세계화 시대,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해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