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동양식 경제시스템이 효율적이다. 한국은 경제난 극복을 위해 미국식보다 '일본식 자본주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정호 도쿄포럼 회장(한국은행 도쿄사무소장)이 최근 포럼개설 1주년 기념세미나에서 발표한 '일본경제 회복과 시사점'이 주재원들 사이에 화제다. 도쿄포럼은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의 대학교수,비즈니스맨,관료 등이 일본을 알자는 취지에서 1년 전 만들어졌다. 한국기업가연합 도쿄사무국(무역협회)에서 매달 열리는 세미나에는 20여명이 참석,경제 정치 역사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 회장은 "일본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여 장기불황 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노사는 가족'이라는 일본기업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10년 이상 장기불황 속에서도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인원을 줄이기보다는 성과주의 임금체제를 도입하되 고용은 보장해 노사간 신뢰를 쌓았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체의 경우 중견사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아 기술과 지식 축적이 가능해 디지털 가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이어 "한국이 경제난에서 탈출하려면 민간기업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임금 삭감 및 고용축소를 가계부문에서 참아내야 한다"면서 "90년 이후 노사분규가 거의 없는 일본 기업문화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일본경제 전망에 대해 "올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세가 둔화됐지만,기업 수익성이 좋아지고 민간수요도 튼튼해 2%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포럼에 빠지지 않고 참석중인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일본에서 살다보면 한국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 데 매달 만나서 공부하다보면 양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