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며 시작한 2004년이 결국은 경기침체의 시름 속에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는 경제가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다시 하강세로 바뀐 데다 수출과 내수,대기업과 중소기업,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희비가 엇갈리는 양극화가 심화돼 유난히도 최고 최대 또는 최저 최소의 기록이 많은 한 해였다.


경제 신기록들을 통해 지난 1년의 한국경제를 되돌아 본다.


○희망의 진기록은 수출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대표적 경제지표는 역시 수출이다.


올 한 해 한국경제는 소비침체 투자위축 실업증가 등 어두운 뉴스 투성이었지만 3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인 수출호황이 그나마 희망을 안겨줬다.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수출액(통관기준)은 2천3백6억달러로 이미 작년 전체의 수출액 1천9백38억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이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연간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2천5백억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 호황 속에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28일 누계 수출 1천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76년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 6대를 중미 에콰도르에 처음 수출한 지 28년 만이다.


자동차 전체 수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3백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대치인 2천억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1천9백59억7천만달러.연말까지 40억달러 정도만 늘어나면 외환보유액은 사상 처음으로 2천억달러를 넘게 된다.


2003년 말 1천5백54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이 올 들어 5백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것은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많이 사들인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10조 돌파


삼성전자는 올 들어 3·4분기까지 영업이익 10조4천8백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순수 제조업체 중 영업이익이 연간 10조원을 넘어선 기업(지난해 기준)은 도요타 GE 등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반도체 휴대폰 등 수출효자 품목 덕분이다. 특히 올해로 반도체 사업 진출 30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지난 93년 메모리 반도체부문 세계 1위에 올라 12년 연속 이를 지키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강국 코리아


한국이 일본을 누르고 디스플레이 부문 '그랜드 슬램(4관왕)'을 차지했다.


브라운관과 LCD에 이어 PDP와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도 정상에 등극,디스플레이 최강국임을 과시한 것.


PDP에선 △삼성SDI(25%) △LG전자(23%) △오리온전기와 국내 중소기업인 UPD(약 2%) 등이 활약했다.


OLED는 삼성SDI가 40%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PDP의 크기에선 올해 '1백인치 시대'를 열었다.


삼성SDI가 올초 세계 최초로 세계 최대 크기인 80인치 PDP를 개발한 데 이어 최근 세계 최대 크기 1백2인치 PDP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영원한 맞수인 LG전자는 양산 제품으론 세계 최대 크기인 71인치 PDP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1백인치 PDP도 개발했다.


○최저 금리와 환율


금리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침체에 빠진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내려 연 3.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작년 말 연 4.12%에서 10월 말 현재 3.48%로 떨어졌다.


올해 빼놓을 수 없는 기록 중 하나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이다.


무역적자 타개를 위한 미국의 '달러 약세'정책에 따라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지난 11월 이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천1백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최근엔 1천50원 선마저 붕괴됐다.


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은 4백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였다.


만기 6개월 미만의 금융회사 수신잔액은 지난 10월 말 현재 3백93조원.작년 말 3백81조원에 비해 12조원 더 늘어난 것이다.


잇단 금리 인하로 은행의 예금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인 데다 부동산 주식 등에서도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 금융회사의 단기 상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의 '새 왕자' 할인점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서도 할인점은 대약진했다.


할인점은 지난 10월 말까지 누적 매출 17조8천4백억원을 기록,연매출이 지난해 19조5천억원에서 올해 21조6천억원으로 20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93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이마트가 탄생한 지 11년 만에 시장규모 20조원이란 대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따라 할인점은 지난해 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시장의 왕좌를 차지한 데 이어 내년에 그 격차를 더 벌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벤처중기·생활경제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