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달리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 인기를 모았다. '마법천자문'이 한자학습 붐을 일으킨 데 이어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교양서적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우등생들의 공부비법을 담은 '대한민국 우등생'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자살토끼'도 눈에 띄는 책이다. '마법 천자문'(시리얼 지음,아울북)은 한자를 이미지로 깨친다는 컨셉트를 구현한 새로운 방식의 한자학습서로 올해 아동출판시장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한자의 특징 있는 모양,뜻과 음을 한꺼번에 이미지로 기억하게 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만화로 코믹하게 구성했다. 지난해 11월 첫권이 나온 이후 1년 만에 2백만부 이상 팔렸다.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지음,김영사) 시리즈도 지금까지 6백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초판 발행(87년) 이후 18년이 지나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기까지 그동안 변화된 세계정세와 국제질서,재해석된 세계사의 다양한 역사문화적 국면들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 본문 그림을 올컬러화하고 실제 역사자료 사진을 만화와 함께 실어 세계사의 살아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꾸몄다. '만화로 보는 중국신화'(글 최창륵·갈휘,그림 권영승,가나출판사)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후속작품으로 1권은 인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알모양의 우주에서 태어나 하늘과 땅을 1만8천년이나 받치고 있었다는 반고신화를 시작으로 팔괘를 발명하고 불을 사용하는 방법을 인간들에게 알려준 복희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2권부터는 중국의 황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카드와 미니북을 곁들였다. '대한민국 우등생'(김민숙 지음,예담)은 명문대생 2백50명이 털어놓는 '나만의 공부노하우'를 모은 책이다. 설문조사를 통한 확실한 데이터와 우등생들의 사례를 통해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나에게 맞는 학습 스타일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이끌어준다. 저자는 우등생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자기 효능감'을 꼽았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고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말한다. 저자가 만난 우등생들은 공부에서 스스로 보람을 찾고 재미를 느낀 학생들로 그들 역시 공부가 때로는 지겹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버릇이나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살토끼'(앤디 라일리 지음,거름)는 5분만 투자하면 정말 큰 소리로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만화다. 주인공은 죽기 위해 안달이 난 토끼.일본군 병사가 할복할 때 병사의 등에 찰싹 달라붙거나,역기를 드는 선수 밑에서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등 자살 시도법이 기상천외하다. 작가는 죽는 데 혈안이 된 토끼를 통해 죽음도 웃음으로 바꾸고 삶을 느긋하게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전달해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