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해외 예치금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하면서수수료 등 송금경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빼돌리는 국제 금융사기인 `나이지리아 419'범죄조직에 연루된 국내 사범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27일 거액의 해외은행 예치금을 국내 공익사업에 쓰겠다고교회 목사 등을 현혹, 송금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박모(65)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교회에 신도를 자처하며 다니다가 "해외 은행에 예치 중인 280여억원을 선교회관 건립 등 공익,자선사업에 쓸테니 송금 수수료를 달라"며 이 교회 C목사 등 6명으로부터 최근까지 모두 12억여원을 받아해외은행 계좌에 송금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유치나 비자금 관리 등을 제안하며 해외 송금 경비조로 돈을 받아 챙기는국제 금융범죄인 `나이지리아 419'는 지난 7월 로마에서 열린 인터폴 회의에서 공조수사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조직 근거지로 알려진 나이지리아 형법상 사기죄가`제419조'에 해당돼 명명됐다. 경찰은 박씨의 범행수법이 유사한 데다 C목사 등을 설득하면서 제시한 해외은행예치금 잔고증명서 등이 정교하게 위조된 점, 돈이 송금된 아프리카개발은행 등의 계좌주나 돈 인출자 등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박씨가 `나이지리아 419' 조직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요르단 영주권을 갖고 있는 박씨는 1년 넘게 이 교회를 다니면서 "요르단 개발에 참가, 거액의 공사대금을 벌어들였고 나이지리아 고위층과도 친분이 있다"고 속여가며 신도들의 신뢰를 얻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위조된 금융서류를 제시한 뒤 "해외 송금시 테러나 마약자금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려면 증명서 발급비와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송금 경비가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10월 미국 채권 등을 중국에서 싼값에 들여와 국내에서 매각하면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속여 7억원을 가로챈 피의자 2명을 구속하는 등 올들어 모두7건에 걸쳐 34여억원 규모의 재산피해를 낸 국제 금융사기범 12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국제 조직에 연루된 경위와 여죄 등을 추궁하는 한편 유사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인터폴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성 e-메일이나 거액의 투자제의를 받았을 경우 일단 국제금융사기가 아닌지 의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