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장 릴레이 기고-2005년의 과제] 중기 금융부실 해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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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 한국금융연구원장 >
최근 시장금리를 살펴보면 향후 국내 경기에 대한 금융시장 평가가 매우 부정적임을 알수 있다.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단기금리보다 낮은 경우가 나타나고 더욱이 국내 단기 정책금리는 미국의 단기금리보다 1%포인트나 높음에도 불구, 장기 시장금리는 미국보다 낮다. 이는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주체의 자신감이 약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내년에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도모하는 등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년도 금융부문의 핵심과제는 가계 및 중소기업부문의 금융부실 해소 문제,금융산업내 경쟁 심화와 구조조정 문제로 대별된다. 우리나라 가계는 지난 2년간 카드빚을 갚는 등 부채해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 빠른 속도로 가계부를 정상으로 복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 소비 활동을 하기엔 여전히 부채가 많고 주로 대출이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소비를 확대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신용불량자 문제는 우리 경제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신용회복위원회,배드뱅크,개인회생제도 등의 시행으로 신용불량자수가 3백65만명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전체 신용불량자수의 15% 정도만이 감소되는 등 그 해결 속도가 대단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문제도 엄격한 심사없이 대출을 크게 늘린 결과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개인 금융부채의 급격한 증대가 각종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체중 약 3분의 1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제대로 못갚는 상황에서 대출은 지난 3년간 약 2배 증가해 금년 10월말에는 2백43조원까지 늘어났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이는 경제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해결 정도가 미흡한 신용불량자 문제와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금융부실 문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가 내년 금융부문의 최대 현안이자 경제회복의 관건이라 할수 있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당국과 이해 당사자들의 세밀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외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금융시장에 나타난 대표적 현상은 예금상품이나 보험상품 등 수익률은 낮지만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시중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여기에 국내 금융시장의 규모가 작고 성숙하지 못한 점도 쏠림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내년에도 이러한 현상은 해소되기 힘들며 금융회사간 수익성과 안전성 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돼 경쟁이 격화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증권산업뿐 아니라 최근 경기침체로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서민 금융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자산운용 관련 산업은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저금리하에서 경제주체들이 적절한 자산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들을 결집해 제대로 된 가치평가로 투자를 한다면 그 호응도는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IT 버블시의 문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내년에도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이 더 확대돼 산업내 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외국자본의 세대교체도 일어나 단기·펀드성 자본에서 본격적으로 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이제 시장에는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만이 살아남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내년도 금융환경이 금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정책당국은 낙오된 소외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시장원칙에 근거한 정책을 수립하고 금융회사는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유연한 경영자세를 유지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