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가 붕괴되는 현장을 지켜본 유통맨들은 정부에도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1년 내내 정치적 이슈만 부각됐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여줄 '햇볕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이 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얘기하는 줄 아세요? 그 때는 돈 있는 사람들이 쓸 분위기는 됐는데 지금은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고 있으니 어디 맘놓고 돈을 쓸 수 있겠어요? 한해에 1천만원 이상 백화점에서 쇼핑하던 사람들도 올해는 남들 눈 때문에 제대로 지갑을 열지 못했어요." 롯데백화점 정 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대백화점 이 차장이 목청을 높였다. "국내 쇼핑이 불편하니까 다 해외로 나가버렸죠.욘사마 열풍도 있었지만 국내 면세점들이 활황세를 보인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봐요. 한마디 제언하자면 보석이나 모피 같은 품목도 특별소비세 대상에서 제외시켜 소비 경기 진작에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들이 어떤 이유로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는 소비가 어느 정도 경제를 견인해 줘야 하고 그 중심에는 이른바 '가진 사람들의 소비'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황이 계속되는 것은 마음의 병이 깊어진 때문입니다. 정부가 부동산이다,재벌이다 해서 규제를 할 때마다 국민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어요. 움츠러들게 하는 규제보다는 신바람나게 일하고 쇼핑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삼성테스코 왕 차장) 모임 내내 생글생글거리던 옥션의 홍윤희 과장도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개혁이 시대적 과제인 것은 알지만 현장에서 보면 소비심리도 동시에 살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