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적인 정치권 물갈이를 몰고온 17대국회는 연말연시 풍속도에 있어서도 역대 국회와는 `색다른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여야 지도부는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를 비롯해 4대입법을 둘러싸고 정국이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때문에 별도의 연말 일정은 거의 잡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성탄절 연휴인 25, 26일 `4인 대표회담'을 연속 진행한 데 이어 27일에도 결렬위기에 놓인 4인회담을 대비, 국회에서 대기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또 연말까지 4대입법 합의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고, 오는 29, 30일에는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의 국회 대기는 불가피하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지하철 1호선 용산역 부근 무료급식소에서 가족과 함께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봉사를 했다. 의원들의 연말연시 풍속도 예년과는 다르다. 호텔 등 고급 음심점에서 가졌던 `세(勢) 과시성' 송년.신년 모임이 사라진지 오래됐으며, 대신 노숙자, 양로원, 영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소외계층과 고통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경(李相庚) 의원은 연말송년회 대신에 보좌진들과 지역구 사회복지시설을 방문, 봉사활동을 벌였다. 또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민생대책위 위원들은 지난 23일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한 데 이어 29일 새벽엔 인력시장 및 재래시장을 방문, 민생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는 새해맞이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예전의 경우 여야 유력 정치인들은 새해 첫날이면 자택을 개방, 세배객을 맞이하고 새해인사와 덕담을 교환하며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세를 과시하곤 했으나 내년정초엔 이런 `세배정치 풍속'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주요 5당 지도부는 새해 첫날 당 공식행사로 국립현충원 참배 및 단배식 일정만 잡고 있을 뿐 자택개방등 개인 차원의 특별행사는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다만 국회 수장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사무처직원들과 하례식을 갖고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한남동 의장공관을 개방, 세배객들의 새해인사를 받을 예정이다. 물론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예년처럼 자택을 개방하고 세배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올해초엔 세배객들을 피해 지방에 체류했으나 내년 정초에는 옥인동 자택에서 새해를 맞을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이승우기자 bingsoo@yna.co.kr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