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세이부왕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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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부그룹 주력사인 세이부철도가 최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1949년 상장후 54년만이다.
상장폐지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대주주인 '고쿠도'의 주식보유 비율을 줄이기 위해 유가증권보고서를 허위로 만든 게 금융당국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흔히 '세이부왕국'으로 불리는 세이부그룹은 연결회사만 1백40개가 넘는다.
철도산업을 주력으로 해 관광 스포츠 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해 있다.
프로야구 구단 세이부라이온스와 프린스호텔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일본회사다.
세이부철도 주가는 버블기인 89년에 8천엔까지 올라갔었다.
올 4월 총회꾼 뇌물공여 사건이 터지면서 1천4백60엔으로 떨어졌고,10월 유가증권 허위기재가 발각된 뒤 1천엔 아래로 추락했다.
최종거래가는 4백85엔이었다.
세이부그룹은 지난달 경영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법령준수 체제와 조직재편을 실시,재기를 노리고 있다.
회사측은 상장이 폐지된 뒤 모회사인 고쿠도의 연결 결산을 투명하게 작성,내년 봄 자스닥에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장이 폐지된 뒤 세이부철도와 관련된 각종 불공정 행위와 비리사실이 추가로 터져나와 재상장 전망은 어두운 상태다.
세이부그룹의 몰락은 오너 2세인 쓰쓰미 요시아키 전회장(70)의 1인 지배체제에 기인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부동산으로 성장해온 세이부그룹은 실체가 베일에 가려진 채 '비밀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다.
유가증권보고서를 허위로 만든 것도 대주주의 주식 보유비율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주에는 쓰쓰미 전회장의 불법행위가 추가로 폭로되기도 했다. 세이부철도가 최근 7년간 이사회를 한번도 개최하지 않은 것이다. 주식회사는 이사회를 3개월에 1회 이상 열도록 상법에 규정돼 있으나 회장이 독단적으로 중요 결정을 내려 이사회를 열 필요조차 없었다고 임원들은 증언하고 있다.
세이부왕국의 몰락은 1인지배의 불투명한 경영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 스스로 투명경영을 실현,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