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일(對日)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휴대폰 노트북PC PDA 등의 전원으로 쓰이는 2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LG화학은 지난해 15%였던 세계시장 점유율을 올해 26%까지 수직 상승시켰다.


3~4년전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며 독점적인 경쟁력을 지켜온 일본 업체들에 맞서 한국 기업들은 올해 세계시장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 뛰어넘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8일 2차전지 전문 조사기관인 일본 IIT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와 LG화학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14%와 12%로 한국이 26%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는 내년에도 대대적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일본 기업들과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일본 게 섰거라'


일본 기업들이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2차전지 양산에 나선 것과는 달리 국내 기업들은 90년대 말에야 양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7∼8년 늦게 사업에 나선 한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면서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삼성SDI와 LG화학은 양산 2∼3년만인 작년부터 월 단위 흑자를 기록하며 경이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일본 기업들의 본격적인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의 급성장은 탁월한 생산성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고성능·고품질 2차전지를 지속적으로 개발·생산하며 원가 절감에 노력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앤큐리텔 등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단말기 업체들을 안정적인 공급처로 확보하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 업체들은 치열한 '2차전지 한·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1천44억원을 투자해 원통형·각형·폴리머전지 각 1개씩 3개 라인을 증설,최대 생산능력을 현재 월 1천7백만개에서 내년초까지 월 2천2백만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대대적인 생산설비 증설과 공격적인 해외 영업활동을 통해 2차전지 사업을 승부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한국에 1위 내줄 수 없다'


일본 산요와 소니는 각각 5천만개와 3천만개의 2차전지 월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 산요는 2차전지를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선정,과감한 증설을 단행하고 있어 당분간 소니와 삼성SDI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해 14%의 세계시장 점유율로 17%를 차지한 소니를 바짝 따라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일본이 평균적으로 양산 5∼6년 뒤에나 이룩한 '꿈의 수율(불량 없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 90%'를 불과 1년6개월만에 달성하는 등 우수한 양산기술을 확보하면서 세계 2차전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의 '1위 자리 빼앗기' 노력이 반도체 LCD 등에 이어 2차전지를 새로운 '극일(克日) 품목 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