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아시아 남부 지역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또 다른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단체들이 28일 경고했다. 얀 에겔란트 유엔 사무차장 겸 긴급 구호 조정관은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 스리랑카 몰디브 인도네시아 등 남부 아시아 지진 피해지역이 장티푸스 콜레라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는 '제2의 재앙'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사회는 전염병 확산 방지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식수 오염이 최대 위협=재해 지역에서는 수만명에 달하는 사망자 시체와 동물 사체가 서로 뒤엉키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해안가 피해 지역에서는 해일이 육지를 덮쳐 수질이 오염돼 식수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구호단체 회원들의 말을 인용,"생존자들이 수질 오염으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피해 지역에는 대부분의 해안 도로가 파괴돼 의약품 지원은커녕 식수와 생활용수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진 진앙지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주는 반군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어 적십자사 등 구호 단체들의 손길이 전혀 닿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자연재해에 유난히 취약=아시아 남부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일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아시아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국의 경제 칼럼니스트 앤디 머키어리가 분석했다. 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IDD) 자료에 따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4천1백30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북미지역의 자연재해 피해액은 2천1백30억달러,유럽연합(EU)은 1천4백10억달러에 불과했다. 머키어리는 "아직까지 이번 재해가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피해가 집중된 관광산업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못한다면 동·서남아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의 리안 치안량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재해가 관광 성수기에 발생해 관광 수입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도 관광지로서의 이미지 손실 등으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