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내년도 경상이익 목표를 올해보다 4조4천억원이나 줄여 잡은 것은 상대적으로 올해 실적이 워낙 출중했던 까닭도 있지만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한 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환율이 1백원 하락할 때마다 그룹 수익이 3조5천억원 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올해 평균 환율이 1천1백45원 안팎이고 삼성의 내년 경영계획이 1천50원선에 맞춰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4조원 안팎의 경상이익 감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와 자산을 갖고 있는 삼성이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저하 수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국내 다른 기업들의 채산성도 상당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이 높기로 이름난 삼성이 1백원 단위의 환율 하락으로 총 수익의 20% 이상이 날아가는 만큼 흑자와 적자의 한계선상에 있는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각에선 내년 초 환율 1천원선이 깨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또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경쟁심화를 들고 있다. 이미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를 제외한 휴대폰 디지털미디어 LCD(액정표시장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 등의 주력 제품들이 공급과잉과 경쟁 격화로 인한 가격하락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퇴조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을 올해보다 12.3% 많은 5백92억달러로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경쟁환경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경영목표 달성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에 제품 출하를 늘릴수록 세계 IT업계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내년에 투자를 상당폭 늘리기로 한 것은 불확실한 경영여건을 정면 돌파해 성장 잠재력을 착실하게 쌓아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단기적인 경기의 호·불황에 연연하지 않고 일관된 경영전략 아래 투자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