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는 미 국방부에서 작성했다는 '기후 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재앙에 관한 보고서'의 내용을 보도했다. 보고서의 골자는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 곳곳에서 이상 고온과 저온 등 극심한 기상 이변이 발생,각국이 식량과 식수 에너지 확보를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보고서엔 2007년까지 대형 폭풍이 유럽을 강타해 네덜란드 헤이그는 침수되고,영국은 2010년부터 기온이 계속 떨어져 시베리아처럼 되고,미국엔 가뭄이 닥쳐 세계적인 식량난을 일으키고,나일강과 아마존강 일대에선 물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진다는 등의 상당히 구체적인 가상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었다. 지구의 환경 변화가 초래할 대재앙에 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90년대 초에 이미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층이 20년 전보다 40%나 얇아졌다며 이대로 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자원을 지금처럼 쓰다간 50년 안에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쓰나미의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쓰나미(津波)'는 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의 나미(nami)가 합쳐진 말.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지각이 함몰되면서 해저부터 해수면까지의 바닷물 전체가 통째로 일렁이며 해안을 덮치는 것이다. 해수면만 움직이는 파도와 달리 파고가 최고 수십 미터에 이르는 만큼 피해가 끔찍하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섬에 덮친 쓰나미는 섬 북쪽 3분의2를 가라앉혔고,1946년 알래스카 유니맥섬에서 일어난 건 태평양을 지나 4시간30분 뒤 하와이를 강타했다. 커다란 사회 움직임을 '쓰나미현상'이라고 하는 것도 그 위력 탓이다. 유라시아 지각판과 호주·인도 지각판의 충돌로 생겼다는 이번 지진이 단순한 천재지변인지,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지구 온난화는 해수면을 높이고 해일과 기상이변을 부르며 그로 인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아무 힘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종(種)이 파괴될 즈음에 윤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