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의 12월 순매수액이 5년5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 주식시장의 안정판으로 부상했다. 2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국내 기관의 누적 순매수액은 1조1천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보기술(IT) 붐에 힘입어 증시가 활황이었던 지난 1999년 7월의 3조3천972억원 순매수 이후 최대치다. 1999년 7월 이후 기관의 월간 순매수가 1조원을 넘었던 적은 2002년 2월에 한차례 있었으나 순매수 규모는 1조369억원이었다. 올들어 기관은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7조9천588억원을 순매도해 시장의 발목을 잡았으나 6월부터 9월까지는 '사다 팔다'를 반복하다 10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순매수 규모는 10월 2천475억원, 11월 7천268억원에 이어 이달에는 1조원 이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이달의 경우 올해 한국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이 1조1천268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기관이 외국인의 매물을 모두 흡수한 셈이다. 기관의 순매수는 투신과 연기금이 각각 6천697억원과 6천626억원으로 주도했고 증권과 보험도 2천666억원과 866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으나 은행과 종금.저축은행은 각각 4천318억원과 1천22억원 매도 우위였다.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이달 1일 876.80에서 28일 현재 878.43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달 중 기관의 종목별 순매수 규모는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SK가 4천574억원으로 가장 많아 기관이 SK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이밖에 삼성전자(1천688억원) 한국전력(1천228억원) 포스코(847억원) 신한금융지주(773억원) 국민은행(762억원) KT(686억원) 하이닉스반도체(622억원) SK텔레콤(586억원) 삼성증권(544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대신경제연구소 봉원길 책임연구원은 "투신의 적립식 펀드 등으로 개인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기관에 자금 여력이 생겨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 연구원은 "초저금리 지속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도 현재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증시에서 기관의 비중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