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서부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규모 지진과 이에따른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 상황에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이번 지진 및 지진해일로 수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인명과 재산피해 추정치는 계속 늘고 있다. 수마트라 지역에서는 이번 지진에 앞서 올해에만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4회나 기록됐을 정도로 대규모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같은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지구상에 띠형태로 분포돼 있다. 지구의 내부는 걸쭉한 죽처럼 생긴 맨틀내의 암석이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대류를 하고 있다. 이 위에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진 판이 떠 있다. 이를 판구조론이라 한다. 맨틀의 대류에 의해 판들은 조금씩(연간 수mm에서 수cm 정도) 이동함으로써 판과 판이 충돌하거나 어긋나는 곳,즉 판 경계부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많지는 않지만 판 경계부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이나 해양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있다. 이를 판내 지진이라 한다. 판내 지진은 전체 지진발생 숫자의 15% 미만에 불과하나 인명 및 재산상 피해의 약 85%에 달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1976년 중국 당산지진 역시 판내 지진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판내지역에서는 지진 발생빈도가 낮고 규모도 작기 때문에 지진 대비가 미약한 편이다. 하지만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나게 불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8년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후 다행스럽게 큰 지진은 없었지만 삼국사기에 의하면 779년 "지진에 의해 민가가 넘어지고 1백명이 죽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681년에 "설악산 신흥사 부근의 큰 바위들이 모두 무너졌고 삼척 서측의 암석이 무너졌으며 삼척 해안가의 경우 해수가 물러가 노출된 해저의 폭이 1백여보나 된다"는 기술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진해일을 동반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1983년 동해 동측부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 때문에 약 1시간20분 후 울진근처인 임원항 등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판내부에 위치한다고 해서 지진 및 지진해일로부터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장래에 중급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비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작년 12월 26일 터키의 밤 지역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망 3만1천명,부상 3만명이 생기고 건물의 85%가 파괴됐다. 반면 올해 10월24일 일본 니가타지역에서 동일한 크기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3천1백83명이 부상하고 6천채의 건물이 파손됐으나 사망자는 40명에 불과했다. 국가차원의 지진대비 정도에 따라 동일한 규모의 지진에 의한 피해에서는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 미국 지질조사소가 보스턴 지역에서의 지진 발생을 가정한 피해 상황의 분석자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규모 6 정도의 지진이 생기면 발생후 72시간 동안이 최악 상태로 나타났다. 의료시설 14∼26%,앰뷸런스 18%,경찰과 소방능력 25%만이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응급구난 체계에서 가장 긴박하고 수요가 많을 시기인 초기단계에 75%가 그 기능을 상실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발생 가능한 재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방재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어디서,언제,어느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진관측망의 보강,육상 및 해저의 활단층 주변에서 각종 자료의 관측 및 분석연구가 필수적이다. 또 관측시스템은 지진뿐만 아니라 지각변형과 관련된 지자기,지전기,중력,지각의 경사,지하수 변화,지각응력 측정,수준 측량 등 종합적인 관측망을 구축하고 지진예지 및 예보를 위한 연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