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해를 넘기기 직전에 국정원 국세청 경찰청 검찰청 등 '4대 권력기관'의 인사에 대한 가닥을 잡았다. 내년도 집권 2기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개각 최소화' 방침을 밝힌 마당에 다음 차례의 인사도 조기에 매듭지어 조직이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4개 기관 인사는 지난 27일 최기문 경찰청장이 전격 사표를 내면서 비롯됐다.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앞두고 최 청장이 돌연 사표를 내면서 뒷말이 많아지자 즉각 후임자를 내정,봉합한 것이다. 허준영 경찰청장 내정자 역시 현 정부 출범 때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내 비서실의 측근참모를 예외없이 중용하는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인사설이 최근 부쩍 나돈 국정원에 대해서도 동시에 가닥을 잡았다. 여권에서는 최근 "고영구 원장이 인사문제로 청와대를 찾았다"는 등의 말이 거론되면서 국정원 인사설이 나돌았다. 고 원장의 거취에 대해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풍부한 식견과 경륜으로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고 있다"며 유임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국정원이 진행하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 업무를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1,2,3차장을 함께 교체한 것은 국정원의 인사숨통을 트이게 하고 조직도 쇄신시키라는 주문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외시출신의 정통외교관이 1차장을 맡게 된 점이 눈길을 끈다. 외교관은 국정원 등지로 전진배치하고 미국(홍석현),영국(조윤제) 등 주요국 대사는 오히려 민간전문가를 기용하는 인사가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된다. 국세청 인사는 다소 복선적이다. 청와대는 이용섭 청장에 대해 "현재까지 교체문제가 논의된 바 없다"며 교체 전망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그러나 부인의 강도는 다소 약하다. 이는 내년초 부분 개각과 맞물리는 인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근래 국세청장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장관으로 연속 '승진'돼 이 청장의 영전여부가 관심거리이다. 내부 방침은 있으면서도 인사자체를 부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이 청장이 1월 이후에도 유임될 가능성이 있다. 이 청장이 바뀐다면 이주성 차장을 비롯 김정복 중부청장 등 내부 승진이 유력시된다. 검찰총장의 경우는 또 다르다. 국세청장과 달리 검찰총장은 임기가 있어 송광수 총장에 대해서는 임기(내년 4월)중에 교체하기가 어렵다. 최기문 경찰청장도 임기는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후임이 정해졌지만 검찰에 대해서는 총장 임기만료 전에 청와대가 자칫 '신호'를 잘못 보냈다가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독립은 현 정부의 역점 정책이기도 해 특별한 하자나 변수가 없는 한 임기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