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를 발행한 미국 기업이 헤지펀드들의 극성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CB 인수에 관심을 갖는 헤지펀드들이 급증하면서 기업이 싼 값에 채권을 발행하게 됐지만 헤지펀드들의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주가 급변동을 겪는다는 것이다. 올초 CB를 발행했던 미국 의료업체 PSS월드메디컬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PSS는 지난 3월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2.25%라는 낮은 금리에 1억5천만달러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헤지펀드들이 몰려 이자 비용은 줄일 수 있었지만 CB 발행 후 이 회사의 하루 주식 거래량은 평소의 세배나 폭증하며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는 헤지펀드들의 투기적 매매 때문이었다. 몇 달 후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참지 못한 장기투자가들은 이 회사 주식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CB가격은 통상 해당 기업의 주식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CB 차익거래 전문 헤지펀드들은 발행 시장에서 CB를 매입하면서 주식에 대한 공매도(Short selling)를 취한다. CB를 통해 이자 수익을 올릴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공매도를 통해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주가 변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고팔기 때문에 이들이 개입하면 주식 거래량은 급증하고 주가는 출렁이게 된다. 현재 미국의 CB 발행 시장은 사실상 헤지펀드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뉴욕 소재 투자회사인 트레몬트캐피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신규 발행된 CB 9백70억달러 가운데 80%는 헤지펀드가 사들였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