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자원전쟁'] 국내기업 해외자원 개발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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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철광석 유연탄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원자재 자급률 제고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자원개발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해-1 가스전이 상업생산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도 산유국 반열에 올랐고 미얀마 페루 리비아 등 해외에서도 잇따라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장기적인 원자재 조달망 확보를 위한 해외 광구에 대한 지분 투자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SK(주) 포스코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은 내년에도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자원빈국'에서 출발한 '자원강국의 꿈'이 빠르게 현실화될 전망이다.
◆우리도 어엿한 산유국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9월21일 울산 앞바다에서 15년간 캐낼 수 있는 가스 상업생산에 성공,'대박'을 터뜨렸다.
동해가스전은 석유공사가 자체기술로 뚫은 18개 시추공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공사 관계자는 "동해가스전에서 2억6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며 "이는 지금까지 탐사 및 시추에 소요된 전체 비용과 맞먹는 액수"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러시아 캄차카 해상광구와 카자흐스탄의 마함벳광구 등 핵심 전략지역에 집중 투자,해외원유 자주공급률 10%를 조기 달성할 방침이다.
2001년 해외사업전담조직을 발족한 한국가스공사 역시 오만과 카타르의 가스회사에 지분(5%씩) 참여한 데 이어 대규모 천연가스가 확인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A-1광구에도 10%의 지분을 참여했다.
가스공사는 2008년까지 러시아 이르쿠츠크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사업 등 해외 자원 개발에 2천2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의 해외유전개발은 SK㈜가 선두주자다.
SK㈜는 1983년 석유개발사업에 진출한 이후 현재 예멘 이집트 베트남 페루 등 11개국 17개 광구에서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과 탐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6개 유전·가스전을 개발했다.
그동안 국내 연간 원유 소비물량의 49%에 해당하는 3억배럴의 보유매장량을 확보한 상태.이는 미국의 약 2백개 석유개발전문회사 중 30위권 수준이다.
SK㈜는 자체 개발,지분 참여 등을 통한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 2만4천배럴에서 내년 3만배럴,2010년에는 10만배럴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는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10년 원유자급률 10%의 절반을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과감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종합상사들도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LG상사 현대종합상사 등이 예멘 마리브,페루 8블록,오만 부카,알제리 이사우,카타르 라스라판 광구 등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초 미얀마에서 발견한 대형 가스전을 통해 2009년부터 20여년간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탐사 시추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총 9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원자재 대란 책임진다
중국발 '원자재 대란'이 해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철광석 유연탄 비철금속 등의 개발 작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포스코는 올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호주 퀸즐랜드주 폭스리 탄광과 캐나다 엘크뷰 석탄광산 등지의 지분을 매입했다.
철광석 유연탄 등 전체 철강원료의 12% 수준인 7백여만t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는 포스코는 해외개발을 통한 자급률을 2008년까지 20%(1천2백만t) 수준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우선 호주 BHP빌리톤과 공동으로 인도 오리사주에 1천2백만t 규모의 제철소를 짓는 조건으로 10억t 규모의 인도 철광석광산 개발권 확보를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또 신일본제철과 미쓰이상사,중국의 바오산철강그룹 등과 함께 중국 산시성에서 탄광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산시성 탄광개발 프로젝트의 총 투자규모는 3백억∼5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르면 2008년께 연산 수백만t 규모로 상업용 채탄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호주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등의 발전용 연료탄 광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전은 유연탄 자급률을 현재 26%선에서 3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비철금속의 해외 개발도 활발하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LG니꼬동제련과 함께 연산 6만t 규모의 페루지역 구리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캐나다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광진공은 이와 함께 필리핀 캐나다 칠레 등지에서 구리 아연 등을 개발하기 위해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정부와 우라늄 개발 양해각서를 맺었다.
고려아연도 호주에서 아연광 탐사작업이 다소 차질을 빚고 있으나 안정적인 원료 조달을 위해 현지 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병일·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