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를 뜻하는 루키즘(lookism)이 미국에서 부각된 것은 뉴밀레니엄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가 성별 인종 종교 등과 같은 차별요소로 루키즘을 지목하자 사회이슈로 본격 등장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외모가 사생활은 물론 취업이나 승진 등 인생의 성공까지도 좌우하게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투어 몸매가꾸기에 나섰다. 다이어트로 대변되는 몸매가꾸기는 주로 선진국 여성들 사이에서 붐을 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과영양으로 인한 비만이 문제되는 터여서 몸매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모지상주의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얼짱 신드롬'이 일면서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갸름한 얼굴에 가는 허리,날씬한 다리를 만드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여성 포털사이트인 팟찌닷컴의 최근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올 한해 젊은 여성들이 가장 크게 받은 스트레스는 다이어트로 나타났다. 돈이나 직장 일에 대한 스트레스 강도보다 훨씬 앞질렀다. 얼굴만 예쁜 생명없는 바비인형이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다이어트의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고 한다. 거식증과 탈모, 그리고 요요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아무 음식도 먹을 수 없는 '신경성 식욕부진'이라는 신종병까지 생겨났다. 오죽했으면 영국에서 매년 5월 6일을 '다이어트 없는 날(Not Diet Day)'로 정했을까 싶다. '몸짱'에 맞서 생긴대로 당당하게 살자는 '몸꽝족'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몸매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풍조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외모보다는 내면의 품성과 덕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몸 하나로 인생의 승부를 걸다시피 하며 벌이는 요즘 '육체와의 다이어트 전쟁'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오직 화려한 외모만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성을 상품화하는 비인간적인 것이라는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의 진단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