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주요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2005년도 경제 전망치가 더없이 어둡기만 하다. 한국은행과 KDI는 2005년도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하고 있으며 민간경제연구소들은 3% 후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매우 비관적 전망조차도 나온다. 이는 현 경제불황의 골이 너무 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2004년만 못하다는데 주로 근거하고 있다. 수요측면에선 고유가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5%대에서 4%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9%에서 7% 후반으로 낮아지고 미국은 4.3%에서 3.5%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등 IT제품의 세계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절상 압력기조도 수출기업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 달러화는 1970년대 이후 5∼7년 주기로 강세와 약세를 반복해왔다. 최근 달러약세가 2002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현상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개월여간 환율급락으로 수출기업 대부분이 한계상황에 직면했고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 추가절상될 경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흔들리면서 수출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지역경제 블록화의 급속한 진행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5년도 세계교역의 51%가 무역협정국가간에 이뤄질 전망이지만 정작 우리는 칠레에 이어 최근 싱가포르와 FTA 체결이 고작이다. 또 미국 중국 EU 등을 중심으로 한 수입규제 강화 가능성도 위협적인 요소로 꼽힌다. 국내 경제여건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현재 내수불황이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가계빚,고용불안,경제정책 불투명 등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어 내수회복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2004년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고 건설투자는 내수부진 상황을 가중시킬 것이다. 다만 수년간 투자부진이 지속되며 그동안 적체돼온 설비투자만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경제상황을 종합해보면 2005년도 우리경제는 수출둔화와 내수부진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돼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이 시급하다.이를 위해 수출 모멘텀을 유지하고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를 복원해 나가야 한다. 첫째,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일본 아세안 미국 멕시코 등 거점 및 시장확대 효과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FTA체결국을 확대해 나가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BRICs 진출도 적극 나서야 한다. 또 DDA 협상에 참여해 글로벌경제하에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통한 수출증대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둘째,환율변동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원고시대를 맞아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기업은 구조조정 노력 및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고 정부의 산업정책도 가격경쟁력보다는 수출산업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이와함께 정부는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는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환율정책을 운용하고 기업은 환위험해제 상품의 적극적인 이용과 결제통화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수출과 내수간 연결고리 복원은 두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투자회복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강화다. 투자회복을 위해 경제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간 협력강화를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참여 유도와 공동기술개발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우선배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2005년은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 빠져드느냐, 아니면 탈출하느냐의 기로가 될 것이다. 정부와 민간 모두가 저성장의 불황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