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웃속으로] (15ㆍ끝) 바람직한 사회공헌 방향 좌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기업들은 사회봉사를 통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실천하면서 소비자 정부 시민단체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개선및 이미지제고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배를 강조하는 정치사회적인 흐름속에서 기업들에 대해 근본목적인 이윤추구보다 사회공헌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제 사회공헌활동의 지평을 중소기업과 시민사회로 넓혀나가는 것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9일 사회공헌관련 전문가들을 초청,바람직한 사회공헌 활동의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가나다순) ]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하정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심의관
신헌식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
전흥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팀장
정대순 전국경제인연합회 윤리경영팀 부장
사회 = 이동우 한경 사회부장
△사회='기업 이웃속으로'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다양한 형태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전략경영차원을 넘어 임직원 개개인의 인도주의적인 봉사활동으로 승화시키는 단계까지 도달해 있습니다만 아직 사회적인 분위기를 따라가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금호그룹의 경험을 들려주시지요.
△신헌식 부사장=글로벌경쟁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받기 위해서라도 사회공헌은 필수항목이 되고 있습니다.
금호의 경우 창업주의 결단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임직원의 자발적인 사회봉사단계로 성숙되고 있습니다.
뭣보다 기업내부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가난한 이웃을 돕는 사회봉사를 체험하면서 '나는 그래도 복을 받았구나'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애사심,노사관계개선 등 여러가지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학계에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박종민 교수=본질적인 목적과 부수적인 효과는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인 목적을 중시하는 것을 '사회공헌',부수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것을 학계에서는 '사회마케팅'이라고 부르는데 지나치게 전략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회=너무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재계 스스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대순 부장=솔직히 중소기업들은 장기불황으로 인해 우선 금전적으로 사회공헌을 할 형편이 못됩니다.
물론 사회공헌이라는 것이 꼭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합니다만 아직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회단체들도 대기업에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전흥윤 팀장=대기업 편중현상이 심한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 캠페인을 벌였는데 10대기업이 전체 모금액의 60% 이상을 냈습니다.
사회공헌대상의 편중현상도 나타납니다.
기업들은 업종과 연관된 부분의 사회공헌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특정 소외계층에게만 지원이 집중되는 문제점도 생깁니다.
△사회=사회공헌이 대기업편중을 벗어나 중소기업→가정→개인으로 확산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박 교수=한국사회가 성장중심에서 분배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사회공헌 활동의 '맹아'가 움텄지만 아직 국민 개개인이 '나눔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제대로 하는 단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몇 대기업중심에서 국민 개개인의 사회공헌으로 확산시키려면 제도적,교육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게 많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개인적인 행복과 더불어 이웃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합니다.
△사회=정부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공헌의 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박하정 심의관=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이 정부와 기업이기 때문에 복지의 일부 기능을 기업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에서도 사회봉사의 제도적인 확산을 위해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넓히고 현물기부를 손비로 인정해주는 등의 여러가지 정책을 검토 중입니다.
△사회=제도적인 해법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존경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입니다.
미국같은 데선 빌 게이츠처럼 사회공헌을 많이 하고 세금을 많이 낸 기업인을 '영웅'으로 대접해주기 때문에 흥이 나서 더욱 기부를 많이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에 비춰 우리 현실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정 부장=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기업의 사회활동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에서 '어느 기업이 얼마나 기부했고 얼마나 진실하게 잘하느냐'는 식으로 평가를 하겠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기업의 사회공헌이 일종의 '준조세'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말씀인데.
△전 팀장=미국의 록펠러 가문의 경우 악덕 자산가라는 인식에서 자선사업가문으로서 존경받게 되는데 1백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사회공헌을 칭찬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진심이 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신 부사장=금전적인 사회공헌을 너무 권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몸품'을 파는 사회공헌 문화는 얼마든지 확장해갈 수 있습니다.
우리(금호)는 직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진급심사에 반영하고 교통비 점심 등은 필요경비를 회사에서 지급합니다.
앞으로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봉사활동실적을 감안할 계획입니다.
△전 팀장=신입사원 채용,협력업체 평가와 연계시키는 것은 아주 돋보입니다.
대기업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중소기업과 각 가정으로 확산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