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분양하기 전에 일조권 침해가 예상됐는데도 이를 입주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품질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공급한 것과 같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 시행사와 시공 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3부(김경종 부장판사)는 3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D아파트 입주자 신모씨(44) 등 3백여명이 시행사 C사와 시공업체 D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4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D사는 지난 96년 C사 소유의 신도림동 대지에 19∼27층 높이의 아파트 2천2백98가구를 짓기로 하고 구로구청으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뒤 2차례로 나눠 분양했다. 1차 아파트를 분양할 때 D사는 조감도와 단지 배치도가 그려진 분양 안내서를 나눠주며 2차 아파트의 분양 예정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실제 아파트가 완공됐을 때 1차 아파트 303동은 2차 아파트 301동 및 302동과 'ㄷ'자로 배치돼 전체 1백4가구 중 90가구에는 동지 기준 오전 9시∼오후 3시 중 연속 2시간 또는 오전 8시∼오후 4시 중 통틀어 4시간동안 햇빛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분양 대금이 일조 등의 방해가 없는 다른 동 아파트의 분양대금과 같은 금액으로 정해졌고,분양시 피고들이 아파트 품질에 대해 따로 알린 사실이 없는 이상 명시적인 약정이 없었더라도 신의원칙상 매매 목적물로서 통상 요구되는 품질을 갖추지 못한 아파트를 공급했다면 이로 이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반인들이 조감도 등만 보고 일조 침해의 심각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