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매매가 새해초 증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전문가의 예상과는 달리 프로그램매매는 지난 29일 배당락 이후에도 대거 유입되면서 연말 장세를 후끈 달궜다. 폐장일인 30일에도 프로그램매매는 2천20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전날 2천6백19억원을 포함,이틀동안 4천6백억원 유입되면서 2004년 종합주가지수를 연초대비 10% 이상 끌어 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프로그램 매수는 동시에 잠재 매물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매수가 한계에 이르러 새해에는 이의 청산에 따른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2조∼3조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잠재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점에 도달한 프로그램 매수 프로그램 매수는 점차 '꼭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12월물 선물이 최근월물이 된 지난 9월10일부터 프로그램 매매는 줄곧 매수 우위였다. 배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주된 요인이었다. 서동필 동원증권 주임연구원은 "9월 중순부터 배당락 직전일인 이달 28일까지 차익성 프로그램 매수 규모는 8천5백억원,비차익성 프로그램 매수는 1조6천1백억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2조4천억원 이상이 배당을 겨냥,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배당락이 적용된 29일부터 프로그램 매매는 매도 우위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이틀 동안 오히려 4천6백억원이 추가 유입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뉴욕증시 급등에 따라 선물베이시스(선물에서 현물을 뺀 값)가 배당락일인 29일 크게 호전되자 기존 프로그램 매수잔액이 청산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수차익잔액이 이날 1조3천5백억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돼 추가 유입될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외국인 매수가 관건 따라서 새해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 우위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 2001년 이후 1월 중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항상 순매도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로 볼 때 내달 출회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물은 시장 상황에 따라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이 어떻게 소화될지 여부가 내년 초 증시의 최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올 1월에도 2조4천7백억원어치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지만,외국인이 4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면서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지승훈 대투증권 차장은 "뉴욕증시 등 해외 주요국 증시가 '1월효과' 기대로 동반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어 프로그램 매물은 시장에 별 충격 없이 소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누적 매수를 늘리고 있어 연초부터 현물로 매수를 이어갈 공산도 있고,적립식펀드 등을 통해 국내 기관의 '실탄'도 과거보다는 넉넉해졌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온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