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0일 여야는 쟁점 법안에 대해 합의에서 파기로,다시 협의로 이어지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여야간 의견이 모아지면 의원총회에서 뒤집히는 나쁜 관행이 이날도 되풀이됐다. 밤 늦게까지 국회에서는 일대 혼선이 빚어졌다. ◆여야 합의 안팎=4자회담 결렬 후 여야는 한치의 양보 없는 대치를 해왔다. 그러나 쟁점 현안을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예상되는 국민적 비판을 의식,다시 머리를 맞댔다. 이에 따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수차례 늦춰졌다. 여당으로부터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받은 김원기 국회의장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어떤 경우에도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정치가 파국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후 열린 회담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면서 일부 진전을 보기 시작했다. '4대 입법' 중 과거사법과 언론관계법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고,최대 쟁점인 국보법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서도 이같은 기류가 감지됐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입장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많은 것을 얘기했고,그 결과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가보안법도 오늘 처리될 수도 있다"고 말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여야 원내대표의 '잠정 합의문'도 나돌았다. 국보법을 '국가안전보장특별법'이라는 대체입법 형식으로 하고,'반국가단체' 부분을 삭제하며,이적단체에 대한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서 뒤집혀=그러나 오후 4시께 개최된 열린우리당 의총 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국보법이 걸림돌이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자신들의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보고 의총에서 무난하게 수용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격론을 벌인 끝에 '국보법 폐지 및 형법보완' 당론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강경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도중 열린우리당의 당론 유지 방침을 전해들은 한나라당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를 파기한 무책임한 행위"라며 발끈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일괄 타결을 전제로 한 협상안은 백지화됐다"며 "예산안,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비롯 모든 의사일정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원내대표간 합의는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천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우리당 내부 이견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지,당론 변경을 위한 의총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과거사법과 언론관계법은 상임위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국보법과 별개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