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국정운영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집중할 화두는 "경제 남북 투명사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새해는 노 대통령의 5년 임기중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 확실시 된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내용상 반환점을 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광복 60주년을 맞아 한 차원 높은 성장을 도모해야할 시기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또 역사적으로 을사5조약 1백년,한ㆍ일 수교 40주년, 6ㆍ15남북공동선언 5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올해가 의미 있는 해로 평가받도록 하기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구상중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 살리기.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해에는 정쟁을 지양하고 '경제에 올인'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도 공식·비공식 자리를 통해 중소기업을 살리고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가 어느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각종 '개혁 정책'과 로드맵의 의미가 반감될 수 있으며 제대로 추진하는 데에도 애로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박한 4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의 '성적'을 고려하거나 오는 2007년 대통령선거까지 염두에 둔다면 경제 살리기 성공 여부는 여권의 정치적 사활과 직결된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이전 정부의 카드 활성화,벤처기업 집중 지원 등과 같은 단기 부양책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 확대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 유인책을 내면서 전체적으로 요소 투입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기술과 생산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혁신주도형) 쪽으로 경제의 체질 개선을 계속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의 두 번째 화두인 북핵과 남북관계도 경제문제와 연결된다. 북핵 해결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에 이르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 이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되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리스크(위기)'가 크게 줄면서 한국경제는 재도약을 위한 확실한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정상 가동에 힘쓰면서 북한에 대해 4차 6자회담에 나설 것을 계속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청와대 고위급 참모는 "8·15 행사와 11월 부산의 APEC 정상회의를 유의해서 지켜보자"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까지 기대치 안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에서 노 대통령의 행보도 북핵 해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와 사회 부문에서는 투명사회를 위한 제도적·관행적 일대 변혁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용이든,화해든 투명한 사회가 돼야 가능하며,이를 위해서는 과거사 규명 등으로 구시대의 잔재와 낡은 의식이 청산돼야 한다는 판단이 노 대통령의 의식 밑에 강하게 깔려 있다. 경제 살리기 역시 투명사회를 바탕으로 해야 장기 발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포용과 관행의 실천이며,노 대통령 스스로 비판세력에 얼마만큼 '양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