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 자양동에 삼겹살집을 엽니다. 이젠 몸이 부숴질 정도로 뛸 각오입니다. 1∼2년 안에 집을 담보로 해 대출받은 투자금(약 2억원)을 다 갚고 '10억원 모으기'에도 도전할 겁니다." 지난 7월까지만해도 대기업 중간간부였던 이태봉씨(47). 이씨는 지난 81년 삼성물산에 입사,90년대 중반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겨 의류 관련 업무를 줄곧 해온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장기 불황의 그림자는 그에게도 드리웠다. 지난 7월 조직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 "청춘을 바쳐온 회사를 떠나자니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인생에 있어 새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씨는 이후 등산 등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생에 처음으로 3개월가량 자신만의 휴식을 만끽했다. "푹 쉬고나니 다시 현실이 보이더군요. 자식들(1남1녀) 교육걱정도 됐고요. 그래서 지난해 11월 초부터 먹고 살 일을 찾기 시작했죠." 한때 다른 기업에 재취업을 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인생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창업을 선택했다. 한동안 서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창업 관련 책을 독파했다. 내수경기가 바닥이어서 불안함도 있었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얻은 컨셉트는 '저가+웰빙'. '돈데이'라는 삼겹살 프랜차이즈점을 열기로 한 것도 주력메뉴가 '솔잎 삼겹살''유자 삼겹살' 등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가격도 쌌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달 초 동해바다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최악의 불황 속에서 제2의 인생 도약을 가족들에게 약속하기로 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