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벅차 오른다.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일,실천하지 못했던 일의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신세계에 도전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보겠다는 굳은 결단을 내보인다. 지난 세월을 꼼꼼히 짚어가며 앞날을 설계하는 일이야말로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마음의 각오는 삶의 자세를 확연히 갈라 놓는다. 신년을 건강원년으로 정했다면 금연·금주 등의 절제된 생활을 할 것이고,행복의 나무를 심겠다는 다짐이라면 가정과 이웃사랑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 자신의 능력개발과 자신감 회복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결심이다. 올해는 각오를 대신하는 좌우명(座右銘)을 하나씩 정해 실천에 옮겨보면 어떨까 싶다. 좌우명은 삶의 이정표이면서 지침이고 생활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또한 인생의 가치관과 철학이 함축돼 있기도 하다. 큰 일을 일궈낸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강하고 도전적인 좌우명으로 각오를 다졌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는 수긍한다. 베토벤이 악성의 칭호를 받게 된 교향곡 '운명'은 청각장애로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시기에 작곡됐다. 음악가가 청각장애라면 이는 사형선고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좌절하지 않았다. 피아노 건반의 줄에 실을 묶어 나무 막대기에 연결한 뒤 그 막대기를 입에 물어 거기서 전해오는 느낌을 감지하면서 8년간에 걸쳐 걸작을 만들어냈다. 이 교향곡을 들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장엄함을 느끼는가. 그의 악보공책 표지에는 '괴로움을 이겨내는 기쁨으로…'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 논쟁까지 더해져 숱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혼란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건 서민들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적인 미래가 담보되지 않으면 절망만이 가중될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무엇인가를 꼭 이뤄야지"하는 개인의 각오는 물론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각오도 함께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을유년 정월 초하루의 태양은 유독 의미가 있어 보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