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진통을 겪던 새해 예산안이 정부안보다 1조원가량 삭감되는 선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등 '한국판 뉴딜'관련 법안과 종합부동산세법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로 인해 정부의 '종합투자계획'과 '보유세 개편방안'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내년 예산안 1조원가량 삭감 여야가 30일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내년 예산안 규모는 일반회계 기준으로 총 1백34조3천7백억원.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1백31조5천1백억원보다 2조8천6백억원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특별회계 예산이 정부안(64조2천3백40억원)보다 3조8천2백억원 줄어 내년도 전체 예산안(일반회계+특별회계)은 정부의 원래 안보다 9천6백억원 감액됐다. 일반회계 기준으로도 특별회계에서 이관된 교육양여금 3조9천7백억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조1천1백억원 줄어든 셈이다. 여야가 가장 크게 도려내기로 한 분야는 공적자금 상환 예산.2조3천억원으로 잡혀 있던 예산을 1조원 줄여 1조3천억원으로 끌어 내렸다.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한 발 물러섰다는 후문이다. 반면 디지털국력강화대책(2천5백억원 증액),기초생활보장(2천억원),에너지투자(2천1백억원) 등에 들어가는 예산은 정부안보다 오히려 늘리기로 했다. 투자를 확대하고 민생경제를 챙기는 데는 여야간에도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이날 합의된 예산 가운데 60%에 가까운 1백조원을 내년 상반기에 조기집행,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종합투자계획 물건너 가나 여야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과 공공시설 공사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간투자법을 재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정부의 경기부양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국민연금법은 여야간 시각차가 커 아예 논의를 내년 2월로 미루기로 했다. 이른바 '뉴딜3법'으로 불리는 이들 법안이 사장되면 정부가 내년에 시행할 종합투자계획은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정부 계획대로 종합투자계획이 진행되더라도 실제 사업 시행은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져 내년 경기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되던 터에 시행시기마저 늦춰지면 사실상 내년 중 경기활성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입법이 늦어져 내년 하반기 실행이 힘들어지면 종합투자계획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금관리기본법 등 '뉴딜 3법'이 여야간 합의를 이뤄낼 경우 내년 2월까지 세부적인 종합투자계획을 확정하고 6월 말까지 연기금을 포함한 민간투자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이와 함께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법도 미궁에 빠져 들어 납세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