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정세의 키워드는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안정이다. 종전 2년을 맞는 이라크가 총선이후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평화협상이 새 전기를 맞게 될지 관심이다. 2005년 중동에서는 국제정세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사건 두 가지가 예정돼 있다. 이라크는 1월30일 총선을 치른다. 이라크전쟁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한 미국과 영국은 이날 마침내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벌인다. 그러나 일부에서 선거 불참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미군 시설에 대한 테러공격 수위가 높아지는 등 '미제 민주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무사히 치러진다면 이라크 2백30여개 정파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2백75명의 제헌의원이 선출될 것이다. 제헌의회는 8월15일까지 헌법을 제정하고,10월 국민투표를 거쳐 연말께 합법 정부를 출범시키게 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정당은 시아파 최고성직자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이라크 연합(UIA)'이다. 9월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팔레스타인과 약속한 대로 오랜 영토싸움의 온상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자국 국민을 모두 철수시켜야 하는 시한이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요르단을 완전히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 주민 철수 계획이라도 실현된다면 긴장 분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복병은 있다. 이보다 앞서 1월9일 시행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서 협상파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아니라 민중봉기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가 당선되면 평화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영국에서는 5월5일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가 3선에 도전한다. 블레어 총리와 노동당은 이라크전쟁 와중에 신뢰도에 많은 상처를 입었으나,야당인 보수당이 적수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정권교체가 일어날 확률은 낮은 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당이 올해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하겠지만 의석수가 많이 줄어 집권 3기를 힘겹게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