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뉴 트랜드] R&D로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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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10년 후에 먹고 살거리를 늘 고민하고 걱정한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생각이 요즘 조금 바뀌었다.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 방안을 도출하기에는 글로벌 환경이 너무도 변화무쌍하기에 앞날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실제 이 회장은 측근들에게 "해외 유수 경제학자나 IT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봐도 뾰족한 답이 없더라"고 토로하곤 한다.
그는 결국 "기업의 생존 여부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사람에 달려 있다"며 "첨단기술과 핵심인재만 있으면 나는 겁날 게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 회장의 이같은 얘기는 갈수록 점증되고 있는 연구.개발(R&D)투자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을 비롯한 국내기업들도 몇년 전부터 양적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 보다는 질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R&D 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다.
◆글로벌 역량 강화
삼성은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지난해(6조원)보다 20% 늘린 7조3천억원으로 책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R&D 투자 확대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등 주력 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특히 최첨단 기술인 나노기술(NT)을 활용한 탄소튜브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탄소튜브는 △전기 전도는 구리와 비슷하고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와 같고 △강도는 철강의 1백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로 디스플레이나 배터리,TV 브라운관 등에 폭넓게 사용될 전망이다.
LG는 디스플레이 2차전지 편광판 정보전자 소재사업 등에 R&D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2조6천억원)보다 20% 가량 늘린 3조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연구개발 전략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국내외 연구개발과 관련해 기획 및 실행 전략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차세대 전략 차종의 연구개발도 전담한다.
현대차는 특히 디젤자동차에 연구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침체된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유럽을 중심으로 수출도 대폭 늘린다는 전략이다.
SK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차세대 정보통신 서비스 △생명과학 기반구축 등을 3대 주력 연구개발 분야로 정하고 올해 4천억원 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크게 늘려 지난해 1천4백명이던 것을 1천8백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성장 엔진을 달자
4대 그룹 뿐만 아니라 업종 전문화 기업이나 중견 그룹들도 R&D 투자 확대에 속속 나서고 있다.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연구개발을 통한 매출증대와 이익창출 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을 봐왔기 때문이다.
실제 LG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의 '연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기준으로 10개 그룹으로 기업을 나누어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4.0%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포스코의 경우 세계 최고의 제철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미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8대 전략제품 기술개발을 비롯한 12대 기술개발 과제에 모든 기술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철강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동차강판의 품질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총 투자금액을 지난해보다 약 30% 늘어난 1조9백억원으로 정하고 R&D와 인재교육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성장을 도모할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물류와 레저 사업분야를 중점 육성키로 했다.
동부는 미래 전략사업 기반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 2차전지 IT신소재 생명공학 부문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신규 고부가가치 품목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R&D투자와 기업 경쟁력의 높은 상관관계는 이미 입증이 되고도 남았다"며 "크고 작은 기업을 가릴 것없이 기술력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