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신년 1월 1일에 '혁신기획실'을 신설했다. 혁신기획실에는 혁신전략팀,6시그마팀,변화관리팀,지속가능경영(CSM)팀을 두고 효율적으로 혁신 활동을 펼치게 된다. 6시그마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활동을 기업문화로 체질화하고 포스코가 미래 생존을 위해 선택한 '글로벌 포스코' 전략을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취지에서 새해 첫날 혁신 부서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영 실적을 거둔 포스코이지만 새해 벽두부터 혁신 의지는 비장하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혁신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과거의 점진적 개선방식은 환경 변화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을 때에는 의미가 있었으나 요즘은 점진적 개선만으로 변화의 폭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혁신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해야만 회사의 존속이 가능하다." 이 회장은 당장의 수익 창출 능력보다 혁신 마인드에 의해 회사의 미래가 좌우된다는 점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혁신의 체질화·가속화'가 올해 재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대기업들마다 극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추기 위한 혁신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미래 성장 기반을 갖추면서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은 혁신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경영 혁신을 얼마나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 여부가 판가름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벌여온 혁신은 최고경영자의 결단에 의한 게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초일류를 지향해온 기업들은 "혁신을 하면 과거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혁신을 추진해왔다. 혁신은 생산성 및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수출 증대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경영 혁신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형 마인드를 지닌 최고경영자들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에 의한 혁신만으로 급변하는 세계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경쟁자들이 기업의 목표와 경쟁 우위 역량 등을 손쉽게 복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대적 경쟁 우위를 지키려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 아닌 사고의 틀까지 바꿀 수 있는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능한 와해성 혁신은 '혁신의 체질화'로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혁신 마인드로 무장하면 사고의 대전환이 가능해진다. 혁신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인다. 또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성과를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해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이렇게 발현되는 것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를 이끌던 구타라기 겐은 "소니를 아이들 장난감 회사로 만들 작정이냐"는 비아냥과 원성을 무릅쓰고 게임기 개발을 주장,결국 플레이스테이션을 선보였다. 그가 이끄는 SCE는 소니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듀폰이 오랜 기간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변신을 추진한 덕분이다. 듀폰의 최고경영자 찰스 홀리데이 회장은 장수 기업 듀폰의 비결로 "회사의 DNA 쇄신을 위해 혁신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듀폰은 변화를 기업의 생명줄로 삼으면서 2백년 이상을 성장해왔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도 올해 초일류화 경영 방침의 핵심 키인 '혁신의 체질화' '변화의 생활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6시그마 SCM(공급자망 관리)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프로세스 및 의식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 개념을 통해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를 일체화함으로써 시장 대응력을 높여 간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5백만대 이상의 글로벌 생산 판매 체제에 상응하는 프로세스 및 정보화 능력 보유를 통한 △고객 서비스 수준 향상 △경영 자원 관리 수준 향상 △비용절감 및 기회 손실 가능성 제거를 위한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경영혁신 추진 사무국 및 전담조직을 신설,프로세스별 혁신 목표를 명확히 하고 달성 결과를 조직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혁신이란 한 번 노력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강화하는 과정이란 점을 인식하고 혁신 유전인자를 확보하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