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1> 세계 오지를 가다 .. 카시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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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미아(페루)=정태웅 기자 >
한 차례 스콜(열대성 강우)이 지나가자 등줄기에서는 땀이 비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섭씨 38도.
습기를 가득 먹은 공기는 이미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습기 때문이었을까.
인천공항에서 새로 산 디지털 카메라는 벌써 몇 차례나 작동을 멈췄는지 모른다.
페루 리마에서 이곳 카미시아까지 1시간30분.짧은 비행이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풍경을 한 눈에 다 본 느낌이다.
50인승 쌍발여객기가 메마른 페루의 사막을 지나 만년설로 뒤덮인 안데스산맥을 넘어서는가 싶더니 끝없는 밀림이 사방에 펼쳐진다.
아마존강 상류인 우루밤바강 유역이다.
정글 속 카미시아 가스전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SK㈜가 지분을 참여해 하루 2억1천만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덥더라도 긴팔 옷을 입어야 합니다.
독사나 독충에 물리면 방법이 없어요."
가스전의 네스토 카펠로 환경안전감독관이 어깨에 앉은 담뱃갑 크기의 풍뎅이를 쫓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자 갑시다.
어두워지면 2cm짜리 모기가 잔뜩 몰려옵니다.
서두르시죠."
모기 크기가 2cm라.
엄지손가락만한 놈들에게 물린다면….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황열병 예방접종만 맞았지 말라리아 주사를 맞지 않았는데 말이다.
허나 어쩌랴.
30시간 넘게 비행기로 날아온 남미에서 취재 현장을 두려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독사와 독충을 피해가며 밀림 이곳 저곳을 누빈 이날 하루는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그날 가스전에선 마침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리마에서 날아온 5인조 밴드가 부르는 호세 펠리치아노의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가 잔잔하게 흐르는 석양의 우루밤바 강가에 울려퍼졌다.
정글 속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한 잔의 시원한 맥주-.
가스를 찾아나선 이방인의 외로운 하루를 달래기에는 더없이 좋은 저녁이었다.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