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1> 세계 오지를 가다 .. 벵골만 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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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벵골만 해상(미얀마)=류시훈 기자 >
"굿 뉴스가 있습니다.
탐사 현장에 갈 수 있게 됐어요."
미얀마 양곤공항에 마중나온 대우인터내셔널 김대식 차장의 첫 마디에 14시간의 여행으로 찌든 몸이 금세 가뿐해졌다.
"미얀마에서 제일 높은 분이 모레 현장에 온답니다.
준비차 내일 들어가는데 함께 가시죠.
단 30분만 현장에 머뭅니다.
괜찮겠어요?"
30분이면 어떠냐.
예상 밖의 행운이었다.
서울을 출발하기 전 짧은 취재 일정으로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벵골만 가스탐사 현장에 가볼 방법이 없다는 우울한 소식만 들어온 터다.
다음날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공사 관계자들과 17인승 소형 제트기로 해안도시 시트웨로 옮긴 뒤 헬리콥터로 갈아탔다.
이 때가 오후 4시30분 헬리콥터가 벵골만 위를 미끄러지듯 20분 정도 날았을까.
수평선 저편에 시추선이 눈에 들어왔다.
'내리자마자 사진을 후다닥 찍고 근로자 3명 정도 인터뷰하고….'
혼자 머리를 굴려 '소중한' 30분을 1분 단위로 쪼개고 쪼갰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시추선에 내리자 화창했던 하늘이 잿빛으로 돌변하더니 건기에는 좀처럼 볼 수 없다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셔터를 눌러댔지만 엉망일 수밖에.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사진을 보고 불호령을 내릴 취재데스크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오늘은 날씨 탓에 못 돌아갈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자야겠어요.
자,캐빈(선실)으로 갑시다."
양수영 대우인터내셔널 상무가 바다 저편의 자재선 '이스마야호'의 밝은 빛을 가리켰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아무리 폭풍우 몰아치는 밤 바다라지만 하룻밤을 못견딜 이유가 어디 있겠나.
다음날 하늘이 맑게 갰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카메라 셔터를 수 백번 누르는 '중노동'이 왜 이리도 기분 좋던지.취재를 마치고 득달같이 신문사로 e메일을 보냈다.
"벵골만 프로젝트 성공!"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