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1> 세계 오지를 가다 .. 마운트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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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트뉴먼(호주)=조일훈 기자 >
사막은 원래 황량한 곳이다.
시드니에서 호주 대륙의 서쪽 끝 퍼스에 이르는 4천km를 여행하면서 상공에서 내려다본 호주 사막은 광활함만큼이나 적막과 황폐로 둘러싸여 있었다.
'검 트리(Gum tree)'로 불리는 가늘고 마른 나무들이 끝없이 늘어선 벌판에는 가끔씩 나타나는 왈라비(캥거루과의 한 종류)가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다.
호주 사막은 3만년의 명맥을 이어온 '애보리지니(Aborigine·호주 원주민)'의 한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인들에게 비옥한 해안가를 모조리 빼앗기고 척박한 내륙으로 밀려난 원주민들은 오아시스도 변변치 않은 사막에 힘겹게 터를 잡았다.
그런 원주민들에게 포스코가 지분을 갖고 있는 뉴먼 철광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립의 기회였다.
몇 푼의 보조금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오늘의 궁핍보다는 내일을 위한 설계가 이들의 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대형 굴착기가 사막 밑을 3백m나 파고들어가 퍼올리는 철광석에 애보리지니의 소박한 꿈들이 녹아들고 있다.
광산이 들어선 사막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도로가 뚫리고 근로자들의 출퇴근용 비행장이 생기고,조그만 호텔과 골프장까지 들어선다.
음식점이라야 중국 식당 정도지만 1t에 20달러짜리 철광석을 캐는 광산 옆에서 10g짜리 철반지 하나를 20달러에 파는 상술은 애교스럽다.
그러고 보니 왜 하필 중국 식당일까.
몇 년 전부터 부쩍 왕래가 잦아진 아시아계 기업인들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기업들이 한 뼘의 광구라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사막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호주 동부 뉴사우스 웨일스의 석탄광산 '마운트 솔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드넓은 호주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는 일은 분명 고단했지만 시드니의 낭만적인 오페라하우스보다는 열사의 자욱한 먼지 속으로 사라지던 저녁 노을이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