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스리랑카 노동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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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지만 국내에서 일하는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신년의 기쁨보다 지진해일(쓰나미)로 초토화된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지만 한국 재입국이 너무 힘든 데다 불법체류자들인 경우 되돌아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국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하지만 스리랑카인 페마 랄씨는 눈물을 머금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온지 8년째인 그는 생각만큼 돈을 벌지 못해 한국행 비행기값 등 떠나올 때 진 빚조차 갚지 못했지만 귀국 결정을 내렸다.
랄씨는 2일 "고향 소식이 끊겨 애태우는 스리랑카인들이 많다"며 "불법체류신분 때문에 출국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동료들을 보다 못해 대표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진해일로 집이 파괴되고 남편과 자녀까지 잃은 스리랑카인 바야니씨는 출국을 포기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비자에 문제가 있어 출국하면 못온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 랄씨는 "최근 스리랑카 대사도 참사를 당한 사람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고국방문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정부의 선처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대형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예외를 만들 경우 불법체류단속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며 난색을 보였다.
세계 여러나라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고 예외없이 엄격히 처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때 독일에서 광부로,열사의 중동에서 건설일꾼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 가난을 극복한 경험을 가진 한국이 큰 불행을 당한 남아시아에 이웃 일본이나 서구 선진국보다 구호금을 더 낼 수는 없겠지만 마음 씀씀이라도 넉넉하게 보태는 게 마땅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재난피해 당사자들에 한해 재입국에 예외 조치를 취해주면 구호금을 수백만달러 더 내는 것보다 국제사회에서 칭송받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자의 감상에 지나지 않을까.
인천=김인완 사회부 기자 i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