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경상남도 창원의 LG전자 세탁기 생산라인. 평상복을 입은 대학생 50명이 생산라인 한편에 모여 LG전자 세탁기 생산실장 이동한 부장의 설명을 받아적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은 LG전자가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기업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3박4일짜리 "디지털 캠프"참가자들.40대 1의 경쟁을 뚫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캠프에 참가한 심민환씨(25.한양대 기계공학과)는 "캠프를 이수하면 훗날 LG전자에 입사 서류를 낼 때 가산점을 받는데다 다른 기업에 취업할 때도 이력서에 쓸만한 훌륭한 경력이 되기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대기업 인턴사원으로 뽑히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인턴 경력을 갖추면 훗날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턴으로 일했던 기업에 응시할 때 10%의 가산점을 받는 등 인턴 경력이 '취업의 지름길'이 되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웬만한 대기업 인턴사원 경쟁률이 정식 사원을 채용할 때에 버금갈 정도로 치솟고 있다. 심지어 "내 아들 인턴 좀 시켜달라"는 청탁성 민원까지 쇄도할 정도라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처음 인턴사원제를 도입한 에쓰오일은 1백2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자 5천여명이 몰려들어 인사 담당자들을 놀라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행여 '인턴=취직'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인턴기간은 1년으로 끝나며 정식사원 채용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부분 울산공장 인근 숙소에서 기거하며 인턴 과정을 밟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며 "실제 희망근무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지방이든 어디든 상관없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백수 기(氣) 살리기' 프로그램에도 구직자들이 물밀듯 몰렸다. 지방대학 출신 '청년 백수' 40여명을 선발,기업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주는 이 프로그램 신청자는 작년 말 접수 때 5백명을 넘어섰다. 한화그룹 취업시 특전을 주는 것도 아닌데 회사 측도 당황할 정도로 구직자가 몰렸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03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국내선 여승무원 2백70여명을 1년짜리 인턴으로 뽑을 때 평균 경쟁률은 무려 50대1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디자인에 재능 있는 대학생 50여명을 선발,졸업 후 취업 특전을 주는 '디자인멤버십'의 지난해 경쟁률은 35대1을 기록했다. 대학생 주재기자와 사이버 애널리스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모집 정원보다 27배나 많은 지원자가 몰려 선발에 애를 먹었고,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해 6월 인턴사원 1명을 채용보장 조건없이 뽑는데도 30여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김흥식 LG전자 인사팀 부장은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다는 것 자체가 남들과 차별화되는 경력이 되는 데다 기업도 정식 사원 채용 때 인턴 경력자에게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인턴사원이 되기 위한 대학가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상헌 기자 o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