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주요 개혁입법의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열린우리당에 휘몰아치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1일 개혁입법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데 이어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도 3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일괄사퇴 여부를 논의한다.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새해 벽두부터 지도부 공백사태가 야기되거나 당권투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도하차한 천정배=천 원내대표는 1일 임시국회가 폐회된 직후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민생개혁입법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국보법 등 주요 개혁법안에 대해서는 연내 처리를 해내지 못했다"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리며,이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혁입법의 덫에 걸려 8개월 만에 중도하차한 것이다. 천 원내대표가 서둘러 사퇴한 것은 인책론에 떼밀려 물러나기보다는 '개혁전도사' 이미지를 간직한 채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당헌에 따라 한달 안에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그때까지 홍재형 정책위 의장이 대행역할을 맡는다. 국보법 협상을 앞두고 그 어느때보다 원내사령탑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전당대회 출마 움직임을 보여온 정세균 배기선 장영달 의원 등이 1월말 실시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도부 거취와 당 진로=이부영 의장은 2일 "여러가지 의견이 있고 만류하는 분들도 있어 좀 더 논의해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다시 뽑으면 되지만 문제는 당 지도체제"라며 "(의장직 사퇴여부는)3일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논의되고 중앙위 회의에도 부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등이 사퇴쪽에 무게를 싣고 있어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위원은 "지도부와 거취를 같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중진을 중심으로 한 선(先)사태수습론과 강경파 주도의 총사퇴론이 맞서있는 상황이다. 사태수습쪽에 힘이 실리면 이 의장이 당분간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쪽으로 결정되면 파장은 적지 않다. 지도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돼 4월 전대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