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뚫은 해외 개척자들] (2) 中 현지법인 취업한 오상석·정신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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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한국 유학생은 3만5천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한국은 또 지난해 중국에 사실상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자한 나라로,2만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뛰고 있다.
이처럼 통계상으로 중국은 한국 청년실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필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 유학생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업한 성공 사례는 드물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오상석 대리(34)와 삼성SDS가 출자한 중국법인 오픈타이드의 정신애 컨설턴트(26·여)의 취업 성공기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중국 취업의 '필요 충분 조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 대리는 한국에선 고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학원에서 배운 컴퓨터디자인 실력으로 인테리어 회사에 입사했지만 대학 전공자들과의 경쟁에서 솔직히 한계를 느껴야 했습니다."
고교 졸업 직후 1년간 대만에서 연수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 유학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칭다오대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했다.
2001년 가을 졸업을 앞두고 그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중국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조건 하나를 달아서. 그러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중국 내 한국 기업 현지 법인들이었다.
LG전자 중국 지주회사에 현지인(중국인) 자격으로 이력서를 냈다.
"한국에서 입사할 때에 비해 비록 급여는 낮지만 중국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장기적으로 제겐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오 대리가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취업하려는 후배들에게 "단지 중국어를 배우고 일자리를 쉽게 찾으려고 중국에 오는 것보다 중국에 대한 비전을 갖고 오라"고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황태식 인사팀장은 "오 대리가 칭다오대 재학 시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쌓은 IT부문의 현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게 돋보여 뽑았다"며 "언어도 중요하지만 이공계 출신으로 관련 분야 지식과 경험이 중국 내 한국 기업 취업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황 팀장은 "오 대리 경우처럼 신입사원 시절부터 현지에서 일을 배우고 익히면 그만큼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가 많아 중국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주는 '오픈타이드'에 입사한 정신애씨는 인턴 과정을 거쳐 현지 취업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다.
정씨는 아버지를 따라 고1 때인 지난 96년 중국에 온 조기 유학생이다.
외교관 꿈을 안고 입학한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 외무고시 준비도 했지만 IT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해 8월 졸업 직후 오픈타이드 인턴사원으로 들어갔다.
정씨도 오 대리처럼 급여의 눈높이를 낮췄다.
정씨는 "비록 지금 당장의 월급 수준은 낮지만 10년 후,20년 후를 내다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며 "중국의 IT와 가전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컨설팅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월급 차이 등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동료 선후배를 많이 봤는데 철저한 자기관리와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씨의 조언이다.
인턴기간 그를 책임졌던 임종욱 과장은 "중국 내 한국 유학생들은 별도의 거주비를 요구하는 등 주재원에 상응하는 대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의 돈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보고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